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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카드를 받으며

기사입력 2017-01-11 11:09

▲연하카드를 받으며 (조왕래 동년기자)
▲연하카드를 받으며 (조왕래 동년기자)
직장 후배가 내가 퇴직을 했는데도 해마다 우체국에서 구입하는 새해카드를 보내오는데 해마다 보내오는 정성도 고맙지만 그 귀한 카드를 어디서 구해오나 하고 카드 뒷면을 살펴보니 우정국 카드다. 지금은 IT산업의 발달로 다양한 그림과 문자를 카톡이나 메일로 주고받으며 종이로 된 옛날식 카드는 보기도 귀하다. 세상이 너무 급변한다. 몇 년 전만해도 년 말이면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 일상사이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수제카드를 길거리에서 팔기도하고 서예를 배운 사람은 직접 붓으로 연하장을 쓰기도 했다. 문방구에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카드가 손님을 기다렸다. 이런 내용이 불과 몇 년 만에 카드를 보기어려울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일 년 내내 전화 한통 하지 않던 사이도 몇 백 원짜리 카드를 보내면 인사치례는 한 것 같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돈으로 쉽게 사는 카드를 회사의 책임자급은 거래처에 수 백 장의 카드를 인쇄하여 뿌리기도 했다. 평소에 아무런 안부 전화 한번 없다가 년 말에만 카드를 보내는 것이 속보이는 허례허식이라 하여 자제해야한다는 말이 차츰 나오기 시작했지만 카드를 사라지게 한 결정적인 주범은 카톡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멋진 인사말을 거의 공짜로 복사하여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편리함이 종이카드를 몰아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변해도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전화나 문자보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우편함에 넣어져있는 연하 카드를 받아보면 카톡으로 받는 기분하고 또 다르다.

퇴직하여 뒷방 늙은이 처지로 후배에게 도와줄 아무것도 없는 나를 잊지 않고 해마다 카드를 보내주는 후배가 고맙기는 하지만 시류에 따라가지 않고 카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후배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넌지시 물어봤다.

후배의 말이 ‘예의란 격식이 있어야하고  격식은 수고가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쉽게 카톡으로 보내는 인사는 왠지 경박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종이카드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카드 사러 우체국에 직접 가서 고르기도 하고 카드 속지에 짧은 몇 마디 인사말을 쓰면서 받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수고를 하고 싶다고 한다. 직접 카드를 만들 자신은 없고  앞으로 우정국에서 더 이상 카드를 만들지 않거나 시중에서도 절판되어  카드를 구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속 구입해서 보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세 사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사람이 하늘을 쳐다보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세 사람이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길 가던 사람들이 하늘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모두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후배가 보내주는 카드를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인사치례 카드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해마다 계속해서 우직하게 보내주는 후배로 부터 세 사람의 법칙을 음미하고 카드 속지의 몇 줄의 글에서 후배의 속마음을 캐고 있다. 

카드를 해마다 보내주겠다는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세상인심이 카드를 보내는 시대가 아닌데도 계속 실천하기는 아무나 하기 어렵다. 나에게 해가 된다면 지조와 약속을 헌 신짝처럼 버리고 나에게 이익이 있으면 원수와도 동침을 하는 세상에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소신으로 사람 묵묵히 실천하는 후배에게 올해는 승진도 하고 행복이 충만한 한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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