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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가 필요한 시대

기사입력 2016-12-30 16:13

▲아날로그가 필요한 시대(손웅익 동년기자)
▲아날로그가 필요한 시대(손웅익 동년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수 십장의 연하장이 날아왔었다. 연말연시에 지인들로부터 받은 연하장을 책상과 책꽂이 턱에 죽 진열 해 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안에 있는 그림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용도 한결같이 감사와 희망을 담고 있다. 그 연하장 중에는 가까운 지인들의 정성담긴 손 편지도 있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들의 감사 인사도 많았다. 자기 이름과 사인까지 인쇄 되어있는 연하장을 받으면 불쾌하기도 했다. 어쨌든 연말이면 매일 아침에 도착하는 연하장을 열어보는 재미가 특별했다. 물론 필자도 감사드려야 할 분들에게 그림을 그리고 손 글씨로 잘 디자인 한 연하장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연하장이 우리 주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문구점 앞엔 아직도 산더미처럼 재고 연하장이 쌓여 있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요즘같이 트렌드가 급변하는 사회에 아주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디자인의 연하장은 이제 골동품이 되었다. 내용을 넣고 주소 확인하고 우체국 가서 우표 붙여서 보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은 이제 SNS로 대신하게 되었다. 휴대폰에는 매일 화려한 이미지 연하장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이미지 중에는 동일한 것도 많다. 대부분의 이미지들이 상투적이고 수준 미달이다. 내용을 읽지 않고 넘겨 버리는 이미지도 많다. 그림과 색깔도 자극적이고 유치한 것이 많다. 누가 그렇게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필자는 몇 개월에 한번 씩 주기적으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주소록을 찬찬히 넘겨본다. 그리고 리스트를 작성해서 차례대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모두 바쁘게 살기 때문에 대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므로 전화대화를 자주하고 있다. 특별히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전화를 하면 언제나 상대방은 놀라워하고 고마워한다. SNS의 가벼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통화로 끝나기도 하지만 만나서 소주 한잔하는 자리를 약속하기도 한다.

12월 내내 여러 송년회 자리를 쫓아 다녔다. 요즘에는 술을 많이 먹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니 대부분 1차 간단히 먹고 헤어지거나 아쉬우면 차 한 잔 더 하는 식의 송년회가 많다. 그렇게 많은 자리를 하고 나서 다시 한번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이름을 천천히 넘겨본다. 넘기면서 한 해 동안 어떤 자리에서 다시 만났는지, 통화는 언제 했는지 기억을 떠 올려본다. 그 중에는 매년 한 두 번 씩 통화만 하고 몇 년간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도 많다. 그들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안부를 묻고 새해 건강을 기원한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몇 통화 하다보면 만나서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과 참 세월이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이제 연하장을 주고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SNS가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말에는 시간을 잘 쪼개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그것이 힘들다면 문자나 이미지 보다는 전화대화를 하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날로그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게 만드는 감동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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