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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줄이다

기사입력 2016-12-06 16:32

▲전기도 줄이 끊어지면 무영지물이다(조왕래 동년기자)
▲전기도 줄이 끊어지면 무영지물이다(조왕래 동년기자)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엄마 배속에서 탯줄을 달고 나온다. 탯줄은 아기의 생명줄이자 엄마와 이어지는 인연 줄이다. 부모와의 인연 줄에 따라 인생의 운명이 달라진다. 귀하디귀한 왕족으로 태어나면 호의호식하지만 무지렁이 줄을 잡고 태어나면 살아가기에 고달프다. 돈은 살아가는 밥줄인데 재벌그룹의 자식들은 몇 천억의 유산을 받지만 서민의 자식은 적자라는 붉은 줄 위에서 춤을 춰야 산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핀다거나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돈줄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외국에 원정출산도 미리 좋은 줄을 잡아주려는 힘 있는 부모의 빽 줄이다. 유아원 때부터 줄을 잘 서야 출세한다. 좋은 유아원이나 좋은 어린이집에 배정받아 다니려면 미리 그 동네에 가서 살아야한다. 집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가 학군이고 학군은 다른 말로 줄 좋은 동네다. 아무리 좋은 줄 동네에 살아도 줄 보는 눈이 없으면 헛방이다. 좋은 줄을 잘 골라서 남들보다 빨리 앞줄에 서야 한다. 세상을 편하게 살려면 줄을 보는 눈이 있어야하고 실천하는 힘줄이 있어야 한다.

노숙자 공짜 밥줄도 늦게 가면 밥줄이 끊어지고 헛고생 줄서기다.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한다. 동네 경노잔치에 12시부터 밥 주는데 10시부터 줄을 서야 얻어먹는다. 노래도 불러주고 밥값 내는 사람이 일장 연설을 한다. 누가 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는 노인들에게 알량한 밥 준다고 지겹도록 줄을 세운다. 밥 준 사람은 함께 찍은 사진과 실적이 필요할 뿐이어서 사진을 찍은 후는 바쁘다는 핑계로 줄행랑을 친다. 생명줄이 곧 밥줄이니 싫어도 싫은 내색을 하면 밥줄이 끊어진다.   

좋은 줄을 잡았다고 성공을 자신해서도 안 된다. 성공 길을 가려면 줄의 본류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가끔씩 줄을 흔들어본다. 떨어지면 그냥 나락이다. 남들이 다 서있는 줄이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민주주의 줄이고 정답일 확률은 높다. 그러나 그 줄은 그냥 백성 줄이다. 줄은 굵다고 튼튼하고 좋은 것이 아니다. 짚으로 엮은 새끼줄은 굵기가 반에 반도 못한 나일론 줄한테 번번이 나동그라진다. 군에서도 길게 이어진 줄은 제대할 때까지 걸어 다녀야 하는 보병 줄이다. 알맞게 싹둑 잘라지는 줄이 특과병 줄이다. 특과병 줄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신으로부터 선택된 일부만 어찌 알고 용케 서있는 줄이다.

세상을 하직할 때는 세상의 인연 줄을 놓으면 끝이다. 천하 없는 장사도 돈 많은 재벌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도 때가 되면 세상의 인연 줄을 놓아야한다. 링거 줄 주렁주렁 매달고 아등바등 버티어 봤자 조물주 눈에는 찰나를 더 버티려는 거미줄에 매달린 아침이슬에 불과하다. 생명줄을 놓아야 할 때는 웃으며 놓아야 웰다잉이다.

줄은 씨줄과 날줄이 있다. 이 두 줄이 합쳐져서 인생이라는 천이된다. 씨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줄이지만 날줄은 스스로 노력해서 지혜와 덕을 쌓고 주위 좋은 사람들과 연대해서 만드는 후천적 줄이다. 씨줄이 좀 연약해도 날줄이 튼튼하면 좋은 천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천은 추위를 막는 옷감도 되고 이불도 된다. 행복을 감싸는 보자기도 만들 수 있다.

남의 생각에 움직이는 끄나풀 줄이 되지 말고 소나 개의 목줄처럼 강한 자에 끌려 다니지도 말자. 병들고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목숨 줄이 되고 좋은 소식 전해주는 전화 줄이 되고 어둠을 밝혀주는 전깃줄로 살자. 매일 아침이면 줄을 서서 전철을 타고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지만 줄은 살아 있는 자에게만 있는 특권이다. 줄이 곧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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