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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기사입력 2016-11-21 10:31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강신영 동년기자)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강신영 동년기자)
일본의 나카노 교코(中野京子)라는 독문학 및 문화사 강사가 쓴 책이다. 책을 쓸 때 박물관을 따분해하는 남편이 과연 재미있게 읽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패션, 그림에 무감각한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미술이론을 강의하는 이연식 미술사가가 번역했다.

일본에는 남들이 관심을 안 갖는 분야에서 집중 연구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명화만 해도 몇몇 이름난 화가들의 그림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공부할 것이 엄청나다. 그런데 유럽에 가보면 웬만한 오래된 성이나 고건물에는 사람을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서양 역사나 문화사를 모르면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황제였는지 왕비였는지 우리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봐도 잘 모르는 것이다. 알게 되었다 해도 그림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초상화의 경우는 대부분 얼굴 표정을 본다. 그러나 저자는 패션을 봤다. 이 책은 남성 패션에 한정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옷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주는 것이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중요했다. 오늘날에는 패션이라고 하면 여성들을 떠올리지만, 20세기 이전에는 남자들의 패션도 중요했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남성은 각선미를 과시했고, 여성들은 다리를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수컷이 더 화려한 동물도 많다. 공작새, 꿩, 사자 등을 보면 그렇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처형당한 루이 16세가 도망치다가 붙잡혔는데 처음에는 평민복으로 남루하게 갈아입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궁전에서 시중 들던 신하를 불러 확인했을 정도란다. 그 당시 옷은 바로 그 사람의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그림부터 시작해서 세례자 요한, 다윗, 모차르트, 스위스 용병, 앨버트 에드워드 왕자, 루이 14세, 신성로마제국 황제 레오폴트 1세, 잉글랜드 왕 찰스 1세, 그 외 다른 귀족들과 서민들을 그린 그림과 패션 설명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란시스코 고야 등 유명 화가도 있지만, 미술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화가들도 그렸다. 그래도 미술가들이 인정하는 명화 반열에 속한다.

남자의 패션은 황제급이나 군인들 패션이 화제에 오를 만하다. 황제라면 막강한 권력과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했을 것이다. 옷에 들어가는 돈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패션도 권위의 상징이다. 서양에서는 붉은 색을 황제 칼라로 썼다. 군인의 복장에도 권위라는 특별한 역할을 부여했을 것이다. 남자 패션의 정점이 군복이라는 말은 틀린 말 같지 않다.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그림은 자크 루이 다비드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인데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 실제로는 산길에 익숙한 나귀를 탔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대하게 보이려고 볼품없는 나귀를 근육질의 잘생긴 말로 바꿔 그렸다는 것이다. 그림은 그래서 과장이 많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시대만 해도 옷을 제대로 격식을 차려서 입으려면 많이 불편했다고 한다. 일단 옷감이 신축성이 없으니 입으면 답답했을 것이고, 지퍼도 없을 때이니 단추나 끈을 사용했을 것이다. 옷 한 번 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귀족들이 즐겨 입었던 모피는 값도 비싸지만 벼룩이 많았다고 한다. 오늘날 중고 의상을 내다 파는 시장을 벼룩시장이라고 표현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벼룩을 없애는 약이 딱히 없어서 모피를 입으려면 벼룩에 물리는 괴로움을 참아야 하는 불편함 있었다고 하니 웃음이 난다. 오늘날에는 모피를 포함한 중고 의류를 살 때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되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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