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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가 고맙다

기사입력 2016-10-21 16:49

▲손자 손녀는 비타민이다(조왕래 동년기자)
▲손자 손녀는 비타민이다(조왕래 동년기자)
아들이 퇴근길에 아버지랑 술 한잔 하고 싶다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시간과 장소는 필자더러 정하라고 합니다. 둘이 만나기 편한 장소와 시간을 정했습니다. 잠깐 생각해보니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불러 내가 저녁을 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들네 집 가까운 전철역 쪽으로 갈 테니 식구들 모두 부르고 저녁 값은 필자가 내겠다고 역제안을 했습니다. 

    

아들네는 여섯 살짜리 손녀와 네 살 손자, 두 살 손녀 등 모두 5명입니다. 전철역에 도착하니 아들이 필자를 마중 나와 기다립니다. 좀 있다가 며느리가 아이들 셋을 차에 태워 예약된 음식점 앞으로 옵니다. “할아버지~” 하고 먼저 큰손녀가 뛰어와 안깁니다. 뒤이어 네 살짜리 손자가 뛰어옵니다. 막내둥이 손녀는 뭔지도 모르고 제 엄마 품에 안겨 손뼉을 치며 “아빠, 아빠” 합니다. 한 번씩 안아주고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메뉴는 며느리에게 일임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메뉴 선택도 잘하고 식당에 요구할 것도 당당히 말합니다. 역시 내 예측대로 아이들 의자를 달라 하고 아기 숟가락도 주문합니다. 필자 같으면 대충 아이들도 옆자리에 앉히고 어른 숟가락으로 먹도록 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라 밥 먹는 것은 뒷전이고 식당에 설치된 놀이터로 뛰어갑니다. 큰손녀가 뛰어가니 네 살 손자도 달려갑니다. 얼마 안 있어 손자의 울음소리가 납니다. 아이 아빠가 금방 자식의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뛰어갑니다. 손자는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면서 누가 자기를 밀어서 넘어졌다고 합니다. 달래면서 눈물을 닦아준 뒤 밥을 먹으라고 하니 몇 숟가락 먹다가 또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며느리는 연신 고기를 구워 필자 접시에 올려줍니다. 아이들 셋에게 밥 먹이랴 고기 굽느라 참 바쁩니다, 옆에서 아들도 고기 굽는 것을 거들면서 쌈으로 고기를 싸서 아내에게 줍니다. 우리 세대에는 부모님 앞에서 아내에게 고기쌈을 싸서 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느끼면서 그런 아들이 참 멋있어 보입니다.

    

손녀와 손자는 지긋이 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유치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재잘거립니다. 다 알아듣지 못해서 통역 겸 며느리가 대화에 끼어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또 뛰어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달라 하고 주면 안 먹는다고 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도 필자 눈에는 참 귀엽습니다. 마지막에 누룽지죽을 시켰는데 두 살짜리 손녀가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습니다. 손녀의 입맛에 맞나봅니다. 한 번 더 먹이겠다고 남은 것은 싸달라고 말하는 며느리가 대견합니다.

    

며느리는 현재 아이들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첫째는 유치원에, 둘째는 유아원에도 보내고 발레 학원도 보냅니다. 병원에도 자주 가야 합니다. 혹처럼 붙어 있는 두 살짜리는 업고 동동걸음을 하기도 하고 승용차로 운전도 해야 합니다. 물론 아들이 적극 돕지만 아이의 양육은 대부분 엄마의 손이 필요합니다. 며느리가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아내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며느리가 카톡으로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글을 보내옵니다. 필자도 고맙다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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