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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어렵지 자꿈 해보면 는다

기사입력 2016-09-26 10:13

“엄마, 우리 홍콩에서 만나자”

벤쿠버에 워홀 갔던 딸 아이가 돌아올 즈음 내게 재미난 제안을 하나 해왔다. 홍콩 경유 티켓을 끊었으니 홍콩에서 만나 3박 4일 여행을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전날까지 외롭다, 우울하다, 힘들다를 반복하며 눈물을 짜내더니 하루 아침에 태도가 돌변했다. 엄마를 만나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콜~”

을 외쳤다.

“엄마 티켓은 엄마가 해결 해”

전화 뒷꼭지에 대고 외치는 딸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그래, 나도 고등교육 받은 사람이다’

혼자서 해외에 가본 적 없고 영어를 못해서 어찌지 하는 두려움은 전화를 끊고 나서 한꺼번에 몰려왔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중3 짜리 아들을 설득해 함께 가자고 했다. 엄마가 영어 못해서 싫다는 아이에게 신발도 사주고 용돈도 주면서 여러날 회유했다. 무심한 아들은

“여행 가서 잔소리 안한다고 약속 해”

라며 선심을 쓰듯 수락 하였다.

제주항공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호텔을 검색하니 가격도 비싼데다 정원이 두 명씩으로 표시돼 있었다. 호텔에 트리플 룸이란 게 있는지 조차 몰랐던 나는 그냥 한인민박에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모든 준비가 다 되고 출발 날만 기다리고 있을 즈음,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는 엄마 보다 하루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왜?”

“시차 계산을 잘못 했어”

“뭐라고?”

한 손엔 나보다 큰,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한 손은 빼곡히 적힌 메모지를 들고 불안한 눈으로 넓디넓은 첵랍콕 공항을 둘러보았다. 버스 타는 곳은 어디인지, 옥토퍼스 카드는 어디서 사야하는지 두리번 거렸다.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씩 떼면서 ‘과연 우리가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어 한마디 안하고도 공항버스 타는데 까지 무사히 찾아갔고,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번호로 다 알려주는 시스템 덕에 내려할 할 곳에 정확히 내릴 수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세븐일레븐이 보이면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적어온 지도 덕분에 숙소도 단 번에 찾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초저녁 홍콩의 숙소에 도착할 때 까지 졸아 붙은 가슴을 어지 할 바 몰랐지만 아무 탈 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 쉬었다가 맛있는 딤섬 먹으러 나가자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피식 웃기만 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한 번 해보니 이렇게 쉬운 일인 걸 경험이 없어서 많이 떨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여행길에서 오르면 새로운 걸 하나씩 경험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경험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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