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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책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 특별규칙은 없지만 마음가는대로 정리

기사입력 2016-09-02 13:40

책을 3~4백 권을 지하실 네 벽 가득하게 정리해서 간직했었다. 네 식구가 서로 필요해서 읽거나 사들였던 책들일 것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오면서 압구정 우리 집 지하실에 물이 차면서 1층도... 수해를 입은 것이다. 물이 빠지면서 이리저리 엉망으로 물 먹은 책 표지들이 부풀어 올라온 것, 다 찢겨져 나간 것들에 넋을 잃고 물에 젖은 책들과 세간 사리들을 보면서 침통했었고 나는 책을 절대로 모아놓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고이고이 간직해왔던 손때 묻은 책들을 보면서 아까워서 숨이 멎을 듯 했다. 젊음이 고인 감성을 키워줬던, 아이들이 배웠던 교과서들로부터 시작해서 사전, 참고서, 만화책까지 전부가 투정을 부리며 내게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필요한 사람들이 달라고 할 때 다 줄 것을 결코 욕심 부린 건 아니었지만 사소한 추억들이라도 간직되어 있는 것들이라 내 손에서 못 놓고 말았던 것뿐이었는데... 수영 못하는 나처럼 꼼짝없이 익사직전인 김소월의 시집이나 독어 여선생님의 선물로 받았던 명곡 애창곡집, 인형 만들기 책자들, 한 권 밖에 없는 저 책이... 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약간 젖어 건져낼 수 있는 책만 그 다음날엔 언제 그랬느냔 식으로 말짱 개인 마당과 층계에서 말렸다. 그런 책이 300여권정도 되었다. 어느 도서관에서 책 상태를 보더니 고맙게도 한 280여권을 가져가 주었다. 트럭에 실려 가는 책을 보면서 의미가 확실치 않은 눈물이 글썽댔다. 책은 필요한 것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읽고 다시는 책을 사서 모으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었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은 자꾸 모여졌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내 결심은 무디어져 갔고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었고...변명인 것일까?

그 후, 책들을 처음 읽으면서 정하기 시작했다. 또 읽을 건지, 다시는 안 읽을 건지 아니면 별로 흥미가 없다든지, 언젠가 읽을 수도 있는 책등으로 구분한다. 읽고 나면 거의 읽고 싶다는 사람에게 분양하는 방법을 많이 취하고 집에 보관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세 번 정도 따져본다. 또 읽을 책이라면 가운데 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주 보는 책들이랑 내가 꾸는 꿈을 위해 필요한 것들도 함께 꼽는다. 내겐 좀 많은 편인 장식용이나 보관용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맨 위 칸에 모신다. 가운데는 수필집과 자주 읽어야 하는 책들을 우선 정리해서 꼽는다. 책장 아래 칸에는 동화책과 당장 수업과 강의에 필요한 책들과 언젠가 읽을지 모른다고 분류한 책들을 정리해서 꼽는다. 잡지나 스크랩 같은 것들은 박스에 설명서를 붙여서 넣어 둔다. 작은 상자 안에는 선물 받은 책과 내가 산책들을 넣어 보관한다. 일단 버릴 것으로 분류한 것들은 다시 꼼꼼하게 재점검을 실수 없도록 꼭 한다. 내가 선물로 누구에게 줄 것인지 정해지면 이름을 써서 박스에 넣어 둔다. 완전 버릴 것은 현관 밖에 예쁘게 쌓아 두고 ‘필요한 분 가져 가세요~’ 라고 써 놓고 일주일간 기다린다. 대개는 하루 만에 다 없어지니 즐겁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나 절대 버려지지 않는 책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삭구로 간주해서 책장 빈 공간에 세워둔다. 그리고 상식을 넓혀주는 얇은 소책자들은 화장실 옆 장, 부엌, 현관 침대 곁, 거실... 어디에나 놓아두고 책 귀신은 아니지만 머저리가 안 되도록 수시로 읽을 수 있도록 나에게 배려한다. 특별규칙은 없지만 마음가는대로 정리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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