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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둔감한 남자

기사입력 2016-08-29 12:27

▲필자는 변화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 (박종섭 동년기자)
▲필자는 변화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 (박종섭 동년기자)
가 수학문제 처럼이나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 따라 옷을 찾아 입는 일이다. 원래가 둔감해서 그런지 철이 바뀔 때 제철 옷을 입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로 아내가 챙겨주는 옷을 입어서인지 아예 그 방면엔 촉감이 퇴화하여 버린 듯하다. 오늘도 또 그런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직 8월 무더위가 지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사상 최고로 더운 날씨에 낮이나 밤이나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낮엔 낮대로 최하 35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태양 볕은 아예 지구를 달구어 놓았다.

아침저녁으로 수돗물을 가장 차게 해서 틀어 놓고 샤워를 해보지만 돌아서면 다시 덥고, 아예 수돗물도 온천수처럼 미지근한 상태다. 에어컨은 누진세 폭탄이란 말을 듣고 미리 겁을 집어먹고 혼자 있을 때는 돈이 아까워 틀지도 못했다.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가 힘들게 돌아가지만, 더위를 식히는 데는 무리다. 태풍은 온다는 소식도 멀고 겨우 소나기 한 줄기 국지적으로 잠시 지나가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높았던 기온이 엊그제 내린 소나기에는 한풀 꺽인 듯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필자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며칠 전 무더위를 생각하여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차가온 기운이 돌며 찬바람까지 몰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덥기는커녕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감기 걸리기 딱 맞은 날씨였다. 아직 8월 여름이라 방심하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어느새 복장들이 싹 바뀌어 있었다.

모두가 늦가을이나 초겨울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데 필자만 판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군중 속을 들어 왔으니 모두가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 대하는 것 같았다. 남의 이목이야 어쨌든 자전거 바람까지 맞으니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이미 집을 나왔으니 도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낭패였다.

이런 일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환절기때만 되면 으레 겪는 일이다. 어떤 때는 남들 다 가벼운 옷을 입는데 두꺼운 옷을, 그런가 하면 남들 두꺼운 옷으로 잽싸게 갈아 입었는데 가벼운 반팔을 입어 낭패를 당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4계절은 그래서 참 혼동스럽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가 심하다.

내일은 무엇을 입고 출근할까? 아직 8월 삼복더위가 끝나려면 며칠 남았는데 여름옷을 입고갈까 아님 가을옷을 입고갈까? 오늘 고생한 것으로 봐서는 반소매는 아닌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은 옷 입는 데는 아주 노련하다. 옷도 자기가 사서 입는다. 아내의 레퍼토리가 또 나올 만 하다.

아들 반만이라도 닮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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