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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디어, 큰 감동으로

기사입력 2016-08-29 10:18

▲하얀 의사가운을 입은 작은딸의 모습. 그뒤에 청진기도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하얀 의사가운을 입은 작은딸의 모습. 그뒤에 청진기도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지금은 창의적 시대가 대세이다. 누구나 창조적인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면 성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것은 피나는 노력의 대가이고 사람들을 감동시켜주기도 한다.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변화되어간다. 먹고살기 위한 의식주를 넘어 이제는 여가와 각종 기념일들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없던 날들도 만들어 별별 축하 날들이 생겨났다.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생동감의 일상은 현재에 머무를 줄을 모르고 고공 행진을 한다.

필자의 작은 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가족 모임이 있었다. 결혼을 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기념일이다. 필자는 집에서 준비를 하고 싶었으나 시간들이 맞지가 않았다. 사위도 딸도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두 부부가 이제 1년 차 전공의 의사이니만큼 서로 시간이 자유롭지가 않았다.

큰딸은 시내의 한복판 호텔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다고 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을 했으나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니 따르기로 했다.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부모라고 받기만 하는 것보다 뭔가 특별한 장만을 해야 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해봤으나 새 신부에게는 현금이 가장 적절한 것 같아 필자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큰딸은 동생에게 케이크를 준비한다고 했다. 필자는 비싼 호텔에서 그것도 준비해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큰딸은 특별한 선물이라며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 케이크는 미리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생일 당사자 사진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그때는 아무 느낌 없이 대답만을 했다. 다만 가격을 말할 때는 눈이 휘 동그래졌다.

비록 필자가 부담하지는 않았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한마디를 했다. 쓸데없이 낭비를 한다며 몇 마디 잔소리를 했더니, 큰딸은 들을 척도 하지 않고 방으로 휑하니 들어간다. 요즈음 다 큰 자식들이 부모의 말을 귀담아들을 리가 없다. 현실이 그렇게 변해만 가니 어이가 없다.

호텔에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모처럼 단란하게 식사를 마치고 케이크가 올라왔다. 커다란 뚜껑을 여는 순간 감탄이 흐른다. 온 가족의 눈동자가 한 곳으로 향했다. 우아하게 앉아있는 작은 딸의 모습이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 케이크 옆에 다소곳이 앉혀놓았다.

작은딸도 사위도 입이 코에 걸렸고 환희가 넘친다. 물론 필자 부부도 한참 동안을 들여다보며 신기함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케이크 자체도 일반 것들과는 매우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 사진을 그대로 만들어 그 위에 장식 한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다.

그 생일 케이크 하나로 온 가족은 행복함으로 가득하며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으로 훌륭하고 멋있는 케이크가 그만한 가치가 흘러넘쳤다. 평범하고 단순하게 촛불을 켜고, 다시 불어서 썰어먹는 것이 아닌, 작품 감상의 시간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대단히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큰딸은 자기의 선물이 최고라며 자랑을 과시한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필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불끈 들어줬다. 그 빵집은 지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하는 곳으로 주인장은 일부러 초상화를 배우며 밤낮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선물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기 위함이다. 작은딸은 대 만족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아까워서 함부로 먹어 보지도 못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작은딸은 먹고 남은 것을 고이 모시고 집으로 가지고 갔다. 자기 모습이 살아있는 그대로를 몇 날 며칠 동안 간직하며 아주 흡족 했다고 했다.

각고의 노력이 함께한 장인정신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누군가의 '작은 아이디어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와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을 모처럼 웃음바다로 만들어주었다. 사람이 만들어낸 창조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가격을 떠나 감동을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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