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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영화를 보고

기사입력 2016-08-25 16:54

▲ '덕혜옹주' 포스터. (박종섭 동년기자)
▲ '덕혜옹주' 포스터. (박종섭 동년기자)

우린 가끔 영화를 본다. 서둘러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집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찾는다. 조조영화는 거의 반값이다. 한 사람 표값이면 둘이 볼 수있다. 영화를 보고 커피를 한 잔 하며 이리저리 쇼핑도 하고 여유를 즐긴다. 평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여 TV 채널 돌려가며 좀 보다보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다. 아내와 제대로 시간을 갖기도 어려워 언젠가 약속을 했다.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는 영화를 보고, 1년에 한 번은 멀든 가깝든 여행을 하기로...

그래서 지금도 실천중이다.

이번에 본 영화는 덕혜옹주다.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덕혜옹주 영화다. 고종황제의 외동딸로 태어나 귀여움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귀하게 자란 덕혜옹주는 불과 열 세살 나이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고종황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덕혜옹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일제에 의해 강제 유학길에 오른 그녀는 결국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일본 왕족과 정략결혼을 당하고, 완전히 한국인들의 기억에서 잊어버리게끔 되었다.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딸을 하나 낳았지만 그 딸 마저도 집을 나간뒤 행방불명이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덕혜옹주는 결국 정신병을 앓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병원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늙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일제는 전쟁에서 패하고 대한제국은 해방이 되어 이승만 정권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더 이상 황실을 인정하지 않아 누구도 귀국시키지 않았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1961년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났다.

이런 변동의 시기에 어린시절 덕혜옹주와 약혼할 뻔 했던 김장한이라는 사람의 친형인 서울신문 김을한 기자에 의해 덕혜옹주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1950년 서울신문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한 김을한 기자는 덕혜옹주의 근황을 일본에 살고있었던 영친왕에게 듣게 되었고 이들을 고국으로 귀국시키고자 결심을 하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찾아가 독방에 몰골이 험한채 아무런 의지도 없이 앉아 있는 왕녀를 본 김을한 기자는 백방으로 정부요인들을 찾아 간청하게 되었다.

결국 이승만 정권이 바뀌고, 일본에 들른 국가최고재건회의 의장인 박정희소장의 협조아래 덕혜옹주는 38년만에 병든 육신으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녀는 이후 낙선제에서 생활을 하다 1989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가끔 정신이 맑았을 때 썼다는 한 장의 낚서가 그의 힘들었던 여생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 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나라를 빼앗긴 섦음이기도 하지만, 가장 귀한 몸으로 태어난 한 여성의 불행한 일생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영화로서의 특성상 독립운동하는 스토리로 만들어 졌지만 한 여성의 한을 느끼게 한다. 몇 해 전 영국 여행길에 영국여왕이 살고 있는 왕궁을 본적이 있다. 모든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추앙받으며 왕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부럽기까지 했다. 아직도 왕정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실제 정치에는 개입을 하지 않지만 상징적으로 그들을 온 국민이 존경하고 따른다.

영화가 끝나고 우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라 없었던 섦음, 한 여인의 불행한 일생,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지금 숨쉬고 있는 이 나라는 우리게게 얼마나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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