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홍창형 교수
지난 7월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졸피뎀 부작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 이후 수면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무조건적인 공포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콘텐츠 제휴사인 비온뒤(aftertherain.kr)를 통해 아주대병원 홍창형 교수의 특별기고를 받았다. -편집자 주-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된 이후 외래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먹는 약은 안전한가요? 혹시 자살 충동을 유발하나요?”, “세상에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이 약은 이런 저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고혈압·당뇨병 약을 비롯해서 어떤 약이든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원래 수면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안 먹을 수만 있으면 안 먹는 게 좋습니다. 수면제는 깨어 있는 사람을 강제로 잠재우는 약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수면제들은 약을 먹어도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잠을 깨도 오전 내내 몽롱한 상태로 지내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2007년 FDA에서 승인된 졸피뎀은 기존 수면제보다 수면유도 효과가 빨라서 먹자마자 20분 만에 잠이 들고, 반감기가 2~3시간으로 짧아 아침에 일어날 때 멍한 느낌이 적어서 불면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약을 먹고 나서 가수면 상태로 빠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걸어 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밤중에 있었던 일을 아침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처방해야 하고, 처방할 때도 반드시 부작용에 대해 잘 설명하고,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의학논문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졸피뎀과 자살과의 연관성을 발표한 논문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논문은 2016년 3월 대만 의사가 발표한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로 2002년부터 20011년까지 10년 동안 자살로 사망한 사람 2206명과 일반인 99만 6650명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결론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아도 졸피뎀을 복용한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또는 자살시도가 2배 더 많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일 상용량의 9배 미만은 1.9배, 9~17배는 2.1배, 18배 이상은 2.8배 자살 및 자살시도의 위험이 높다고 되어 있습니다. 왜 논문은 1일 상용량의 2배, 3배로 나눠서 분석하지 않았을까요? 졸피뎀은 하루에 1알씩만 복용하는 약입니다. 졸피뎀을 하루에 2알 먹는 경우도 극히 드문 일이라서 외래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데 매일같이 9알, 18알씩 먹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또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물론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가 명확해지면 반드시 경고문구가 주의사항에 포함되어야 하고 의사 및 환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다 많은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졸피뎀은 아플 때 먹는 진통제와 비슷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진통제는 통증을 사라지게 합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통증이 지속됩니다. 불면증도 원인에 따른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을 잘 찾고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만일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서 생긴 불면이라면 상담치료를 받거나 중독과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통증치료가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 홍창형(洪彰亨)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노화과학협동과정 박사 노화과학 전공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