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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부의 차이] (2)

기사입력 2016-08-19 19:25

▲침대가 있는 명품 영화관의 모습. 코스요리의 레스토랑도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침대가 있는 명품 영화관의 모습. 코스요리의 레스토랑도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한번 맛을 보면 익숙해지는 것일까? 때로는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자식들이 주는 선물이니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덥석 따라나섰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보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사람이 간사한지라 좋은 맛을 보니 더 나은 것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알뜰한 사람이라 불필요할 곳에는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 젊은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지간하면 고생은커녕 명품을 찾았고, 영화관도 명품 관을 선호했다. 이제는 어느덧 필자의 시대가 서서히 기울어가고 자식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만큼, 필자도 적당히 부모 의견을 접고 자식들을 따르기로 했다.

엊그제, 이번에는 소위 말하는 부의 상징, 강남으로 온 가족이 함께했다. 작은 사위가 모처럼 휴가를 맞이해 함께 한자리였다. 다섯 명의 외출 비용은 만만치가 않았다. 강남의 한복판에서 코스요리로 식사를 하는 값은 상당했다. 그러나 비싼 만큼 화려한 부의 가치는 고급스러웠다. 역시 강남은 여기저기 부가 흘러넘쳤다. 특별히 저녁식사는 작은 딸이 쏘기로 했다.

큰딸의 몫은 식사를 하고 난 후, 영화관으로 예매를 하는 것이었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영화였다. 반대편 자그마한 단독 건물 안에 고급스러운 영화관이 있었다. 강남은 모든 것들이 달랐고, 명동에 있는 영화관보다 값도 더 비쌌다. 물론 시설 면에서나 분위기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입구 카페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눈꽃빙수를 먹었다. 서둘러 건물 지하 5층으로 내려가니, 잘 가꿔진 레스토랑과 조용하고 엄숙한 영화관이 관객을 맞이했다.

미리 대기한 안내원의 상냥한 안내에 따라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실내에는 당황스럽게도 템퍼로 된 고급스러운 침대가 두 개씩 나란히 펼쳐져 있다. 정갈하게 멋지게 꾸며져 아늑하게 다가왔다. 필자는 신기함에 신발을 벗고 덜렁 누워보았다. 몸이 쑤욱 들어간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에 부자가 따로 없고, 마치 귀족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푹신하게 받쳐주는 침대에 몸을 그대로 누워, 눈으로만 영화를 보니 시원한 천국이 곁에 있었다. 물론 음료와 고급 과자도 함께 준비되어있다. 궁금증에 살짝 일어나 주위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그 커다란 영화관에는 달랑 15군데, 30명의 젊은 남녀가 쌍쌍이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전 좌석이 꽉 차서 누워 있었다. 대부분은 돈을 잘 쓰는 젊은이들 같았다.

도대체가 이곳이 영화관이라는 사실에 필자는 또 한번 놀람을 금치 못 했다. 안락한 소파도 부족해, 침대로 그것도 템퍼로 준비되어있었다. 사람들 부의 세계는 어디까지인지, 상영시간이 겨우 2시간밖에 안 된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에는 영화가 조금 지루해서 잠이 왔지만, 억지로 라도 잠을 자지 않고 값을 치룬만큼 편안함을 만끽했다.

잘 나가는 딸들을 둔 덕분에 필자 부부는 가끔씩 사치스러운 호강을 했다. 한국에 부의 세계는 하나하나 미국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맛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빈과 부의 차이, 강남과 강북의 세상은 어쩌면 엄청난 정도의 척도를 걷고 있었지만, 한 번쯤은 마음을 바꾸면, 누구나 그 맛을 체험해볼 수도 있기에 부의 세계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빈과 부의 차이, 비록 물질이 아닌 그 마음의 차이는 어쩌면 자신이 창출해내는 것이기도 했다. 비록 현실은 어렵더라도 가끔씩은 마음을 바꾸어 우아하게 부의 세상에, 젊은이들이 찾는곳에, 잠시 시간을 내어 과감하게 발을 내디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부자면 이 더위에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고, 평화로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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