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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에서 쓴다

기사입력 2016-08-11 18:44

▲폭염과 위험설비 속에서 일하는 필자. (조왕래 동년기자)
▲폭염과 위험설비 속에서 일하는 필자. (조왕래 동년기자)
방송을 보고 있는데 제주 해녀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 ‘해녀란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에서 쓰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산사람은 모두가 숨을 쉽니다. 하지만 물길 질 하려고 바다 속에 뛰어들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은 목숨입니다. 저승세계 입니다. 숨을 쉬지 못하는 죽은 목숨인 저승에서 전복이랑 조개를 잡아들고 숨을 쉬는 이승으로 나옵니다. 이승에서 해산물을 돈으로 바꾸어 돈을 쓰는 사람이 바로 해녀입니다.’ 비유가 가슴 뭉클하게 들렸습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직업이 해녀 말고도 참 많이 있습니다. 필자가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도 생명을 노리는 위험개소가 즐비합니다. 영상 36도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서도 긴팔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안전벨트에 안전화를 신으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머리위에는 대형 크레인이 중량물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떨어지는 순간 사람이 죽거나 다른 공작물에 피해를 주어 이차적으로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발아래는 거푸집(해설: 건축용어로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임시 구조물)의 각목이나 삐죽 튀어나온 못들도 있고 아래를 제대로 보고 걷지 않으면 웅덩이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웅덩이 속에는 또 날카로운 철근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발 한발이 마치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고 안전에 조심해야 합니다. 어쩌면 숨을 자유롭게 쉰다는 것  뿐이지 이승과 저승사이를 곡예 하듯 넘어갑니다.

    

계약된 건설공기보다 빨리 마치면 공사비가 줄어듭니다. 건설공기가 늘어나면 이익이 줄어 듬은 물론이고 늦은 만큼의 배상을 해야 합니다.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오늘처럼 36도가 올라가도 작업을 강행해야 합니다. 차라리 비가오지 않는 것에 다행이라고 안도합니다. 빨리 하는 작업의 최대의 적은 안전사고입니다. 대강 자세히 하라는 말처럼 빨리 안전하게 하라는 말은 모순이 있으면서도 현장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매순간이 저승에서 돈을 버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능수능란하게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도 방심하면 사고를 유발합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돼지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바다를 직장으로 여기는 해녀가 바다에 빠져 죽지 산골 나무꾼이 바다에 빠질 일은 없습니다. 일하는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는 일입니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가 편안하게 살아갑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자식들을 공부 시킵니다. 하지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항시 안전을 스스로 챙기며 작업을 해야 합니다. 위험한데도 빨리 하라고 독촉하는 성과지상주의가 합리적으로 변화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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