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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자기 위한 나만의 비법] 여행길에 행복을 안겨주는 잠자리 짝꿍

기사입력 2016-08-03 15:00

대학 동창들이 오랜만에 외국으로 여행이라도 가자는 의견이 나왔던 어느 겨울에 일본으로 4박 5일로 계획을 짜서 가게 되었다. 홋카이도 여행이었는데 첫눈이 내렸다.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박 시설에 도착해서 모든 것을 즐기고 난 뒤, 두 명씩 조를 짜려는데 나 보다 한 살 위인 K가 큰 소리로 ‘난 너무 코를 골아서 미승이 하고만 자야해’ 라고 못을 박는 바람에 잠자리 짝꿍이 되어버렸다. K가 방에 들어오더니, 날더러 어서 자란다. 자기는 머리가 바닥이나 침대에 닿는 순간 잠이 들어버리는데 문제는 코를 몹시 곤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네가 빨리 잠들고 나면, 그때 자긴 눕겠다는 고백이었다. 먼저 잠들어야 하는 강박관념. 잠자리도 바뀌었고 아까 그 멋졌던 눈 쌓여가던 산속 풍경이 아른거려 왔다. 잠이 빨리 들어주려나? 약간의 걱정을 하며 먼저 누웠다. 친구는 짐 정리를 좀 하겠다며 내가 잠들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여간해서 잠이 생각대로 빨리 들 거 같지가 않았다. 친구를 자게 하려면 내가 빨리 자야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마음이 들어 조바심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자자, 내가 빨리 자야 내 친구가 잘 수 있다’ 하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며 깊은 호흡운동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상쾌했다. 한 번도 깬 적 없이 뒤척이지도 않고 잘 자고 일어났다. 친구 또한 아주 상쾌한 아침이라며 4일간 ‘잘 부탁해’ 하고 둘만의 비밀을 가진 눈웃음을 나눴다. 여행하면서 잠을 설치면 그것처럼 곤란하고도 피곤한 일이 없는데 우린 아주 잘 어울리는 짝이 되었다. 그 뒤론 자연스럽게 우리 둘이는 킥킥거리는 잠자리 짝꿍이 되어버렸다. 다른 애들이 날더러 ‘얼마나 코를 고는데?’ 하고 물어보면 ‘응? 몰라. 나도 그냥 잠 들어버려서...’ 라고 대답하니까 너넨 정말 좋겠다. 난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어! 해가며 심퉁대는 친구들의 불평소리를 들어가며 언제나 쿡쿡 웃는 우리가 되었다. 가끔이지만 여행가서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는 짝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너무나도 놀랍게도 똑같은 이유로 또 그런 짝꿍이 한 명 더 생겼다. 수필 문인회 10년 선배님인데 여행을 가서 유독 나와 짝을 하겠다며 우기는 거였다. 이유는 너무 코를 골기 때문이란다. 나는 어이없어서 속으로 나와 자면 코를 골아도 괜찮다는 말인가? 하며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말발이 서는 선배님이라 아무런 장애 없이 나와 한 방 짝이 되었다. ‘사실은 내가 머리가 바닥에 닿으면 바로 코를 냅다 골면서 잠이 들어버리는 습관이 있어서 자기가 먼저 잠들면 잘 테니 어서 자’ 하는 거였다.

속으로 쾌재를... 어? K와 똑같은 이유의 선배님이로군!? 이제 저 선배님과도 잠자리 짝꿍이 될 거 같은 조짐에 내심 아주 신기한 일이라 생각했다. 선배님의 말을 다 듣고는 ‘네 알았어요. 그럼 먼저 잘게요~’ 고분고분한 후배로 점 찍히면서 굉장히 편한 잠자리를 확보하게 된 행복함으로 말 수가 있었다. 문인회나 친구들끼리의 여행길에 오르면 나는 아무도 모르는 편한 잠자리를 얻게 된 셈이 된 거였다. 터득한 건 아니지만 획득했다고나 할까? 그것도 상대방의 탁월한 선택에 의해서 된 잠자리 짝꿍에 나는 대 만족이다. 시니어가 되면 누구나 남녀가 다 코를 골게 되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너무나도 고마운 잠자리 짝꿍에 감사하며 지낸다. 나의 여행길에서 가장 안심되고 항상 즐거운 숙면을 선물 해 주는 사랑스러운 두 짝꿍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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