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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계획이 빚는 하루

기사입력 2016-08-03 10:20

▲태국 방콕의 한 쇼핑센터에서 혼자 수영하고 있다. (박미령 동년기자)
▲태국 방콕의 한 쇼핑센터에서 혼자 수영하고 있다. (박미령 동년기자)
청명한 하늘에 솜뭉치를 던진 듯 뭉게구름이 떠 있다. 야자수 사이로 새들이 지저귄다. 여러 마리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돌림노래를 부른다. 열대지방의 요란한 원색 새를 연상했는데 우리나라 참새 크기로 제법 고상한 빛깔이다. 쑥색 날개에 연고동색 몸통이고 제비 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사람이 가까이 가도 제 할 일에 여념이 없다.

잠에서 일찍 깨자 딱히 할 일이 없어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책을 읽으려 했지만, 잠귀 밝은 딸이 깰 것 같아 방에 있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젊은이와 여행을 할 때 서로 아무리 기분이 맞아도 기상 시간의 부조화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나름대로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진 않다. 새벽이라 별 할 일이 없는 것이 탈이지만.

새벽 6시. 수영장은 텅 비어 있었다. 어디 가든 필자를 제일 먼저 기억해주는 사람은 수영장 관리자다. 방콕에서도 마찬가지다. 첫날은 희한한 눈으로 바라보고 둘째 날은 웃고 셋째 날은 반가워한다. 떠나기 전날은 필자가 먼저 가서 내일 간다고 손짓 발짓 다 하며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인 셈이다.

1시간 정도 상쾌한 아침 수영이 끝난 후 우리는 방콕예술문화센터(BACC : Bangkok Art & Culture Center)로 향했다. 그곳은 고가 전철 (BTS) National Stadium 역 바로 옆이라 금방 찾았다. 너무 싱겁게 빨리 찾았다고 우쭐하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 오늘이 월요일이구나!’ 모처럼 왔는데 휴관이라니!

세계 모든 미술관은 거의 월요일이 휴일이란다.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나 어쩌다 온 관광객 입장은 난감하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휴일이 없다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박물관 휴관이 이슈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관광대국으로 나아가려면 앞으로 모든 박물관 휴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쇼핑센터에 들러 서울에 있는 가족을 위한 선물을 미리 사기로 했다. 말이 선물이지 그냥 함께 먹거나 쓸 것들이다. 태국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코코넛 스낵, 건 망고, 쌀국수, 팟타이 소스 등이다. 코코넛 스낵과 건 망고는 여러 상표가 있지만, 다른 상표에 비해 조금 비싸긴 해도 쿠나(Kuna) 상표가 맛나다.

파타이소스는 태국식 볶음 국수 소스인데 그 소스와 쌀국수, 약간의 채소만 있으면 근사한 ‘팟타이’를 만들 수 있다. 기호에 따라 해산물을 조금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이를테면 외국 사람이 순두부찌개를 해먹고 싶을 때 슈퍼에서 순두부 소스를 사서 본국에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마도 한국의 태국 식당에서 그냥 이 소스를 쓰는 것은 아닐지?

다음으로 열대지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들은 목욕제품이다. 추운 지방보다 샤워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제품도 다양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특히 헤어 팩 코코넛 보디로션 등은 질이 좋고 값도 싸다. 요즘 다이어트용으로 인기 있는 코코넛 오일도 한국에서 사는 가격의 2/3~1/2 가격이다. 대충 식구들 것을 챙기고 수영 전지훈련 온 듯 또 수영장으로 갔다. 새벽 친구가 알아보고 반겼다.

언제부터인가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통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산다. ‘억지로 되는 일이 어디 있니?’ 외할머니가 가끔 혼잣말처럼 하시던 말씀이다. 살수록 옛말 그른 것이 없다던가. 오늘도 애써 세운 계획이 틀어졌다. 인생은 그렇게 계획을 거스르며 하루하루 흘러간다. 그런데 틀어진 계획 속에 보석 같은 섭리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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