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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걱정스러운 건망증

기사입력 2016-08-02 15:11

▲요즘 뭔가를 깜박하는 경우가 많다. (박혜경 동년기자)
▲요즘 뭔가를 깜박하는 경우가 많다. (박혜경 동년기자)
온종일 무언가 할 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옆 동에 이사 오신 엄마를 찾아보기도 하고 아파트 부녀회 일도 잠시 보느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저녁 7시경 휴대폰 스케줄을 열어보니 ‘연극 셜록 홈스’ 라고 쓰여 있다. 아! 오늘은 목요일, 오후 5시에 연극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인데 깜빡 잊고 시간이 지나버렸다.

회원 가입한 모임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연극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휴대폰에 날짜 저장까지 해 놓고도 오늘 그만 기억을 못 해서 행운을 날려 버렸으니 참으로 애석하고 아깝다. 보고 싶었던 연극을 못 봐서 안타까운 것보다 이런 실수가 필자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정말로 속이 상했다.

아, 어쩌면 좋을까? 요즘 깜빡하고 잊는 일이 늘었다. 필자는 필자가 하는 여러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항상 날짜와 장소를 정해 연락을 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친구들이 필자를 신임한다는 게 기분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역할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기억력이 좋았다. 절대 모임 날을 잊지 않았고 친구 모두에게 미리 전화나 문자를 해주었다.

 

친한 친구 중 하나는 남편의 병원에서 이사직을 맡아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자기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하지만, 너무나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곧잘 자신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낼모레 우리 모임이야.” 하고 전화를 하면 어머! 놀라면서 잊고 있었다며 알려줘서 고맙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는 별도로 약속 날 되기 전에 서너 번은 더 신경 써서 연락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 어떻게 한 달 전에 미리 한 약속을 잊을 수가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는데 오늘 필자도 중요한 스케줄을 기억하지 못하여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건망증이 참 걱정스럽다. 그동안도 거실에 있다가 방으로 들어왔는데 내가 뭐하려고 방에 들어온 것인지 생각이 안 나고 냉장고 문을 열고서 무얼 꺼내려 했는지 생각이 안 나기도 해서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다. 그래도 금방 이유가 생각이 났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기도 했는데 날짜를 기억 못 해 실수하기는 처음이다. 어떤 물건을 잘 간수해야 한다며 두었는데 어디에 놓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그저 잘 간직해야 한다고 했던 다짐만 생각날 뿐이다.

 

예전에는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의 전화번호쯤은 다 외웠다. 요즘은 단축번호로 저장한 대로 누르기만 하다 보니 막상 전화번호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필자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애창곡 몇 곡은 항상 머릿속에 있어서 어디서라도 부를 수 있었다. 노래방이 생기고 난 후 가사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다. 화면의 가사를 보면서 부르면 되니 편하긴 했지만, 항상 모니터를 봐야만 하는 게 단점이다. 손쉽게 보면서 부르면 되니까 머리 써서 외울 필요 없다고 좋아했는데 노래방 아닌 곳에서는 알던 노랫말도 다 잊어버리고 좋아하던 노래 한 곡 정도도 부를 수 없게 되었으니 서운한 일이다.

 

이렇게 편하게 사는 법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머릿속에 무엇이 남을지 걱정스럽다. 앞으로는 많이 생각하고 자주 기억하는 습관을 지녀야겠다. 전처럼 기억력만 믿고 있다가 오늘같이 할 일을 잊어버리는 사태는 다시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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