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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땜에 친구와 의 상한다] 고놈의 돈이 문제다

기사입력 2016-07-06 12:52

어느 날 친한 친구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돈 00원만 좀 빌려줘라. 딱 1년만 쓰고 은행이자로 이자도 줄게‘.

액수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돈이었음에도 전후 사정 훅 빼고 그렇게 간결한 문자 한 통만 달랑 보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바로 송금해 주었다. 왜인지, 어디에 필요한지 묻지도 않고…. 그 깐깐한 성격상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구차하게 사정할 친구도 아니었고 그만큼 필자를 믿는 것이란 걸 알기에 오히려 은행이자 운운한 것에 피식 웃음만 나왔다. ‘친구 사이에 돈 거래하면 안 된다’는 세상 격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친구가 돈을 못 갚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설사 돈을 못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우정의 반대급부’라고 생각했다. 그냥 친구니까, 친구가 어려운 일이 생긴 거니까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약속한 1년이 지나고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필자가 먼저 돈 얘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 때문에 서로 점점 연락할 수가 없어졌다는 거였다. 친구는 괜스레 미안해서 연락을 못 하게 되었을 거고, 필자는 필자대로 친구에게 돈 때문에 전화한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편하게 연락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필자가 돈은 괜찮으니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고 오히려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결국 친구는 연락을 끊고 말았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간혹 다른 친구들과는 연락을 주고받지만 필자하고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서로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기에 직장을 옮기는 등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모양새로 나누며 살고 있어서 진로 등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만나서 술도 한 잔씩 하면서 흉금을 터놓던 사이였다. 더구나 이 친구는 마음이 태평양이고 꾸밈없이 활달한 편이어서 필자뿐 아니라 여러 친구가 모두 좋아했다. 그런 소중한 친구를 결국 돈 때문에 잃고 만 것이다.

이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가산을 탕진하고 길거리에 나 앉은 것도 아니고, 빌려준 돈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다. 그 친구가 일부러 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 그 놈의 원수 같은 ‘돈’이, 그리고 그런 게 해결 안 되는 상황이 친구가 필자에게 약속을 못 지키게 한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받을 생각도 없고,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조차 가물가물하고, 가슴속에 남아 있는 서운함이나 원망은 더더욱 없다. 다만, 친구가 상황이 확 펴져 필자를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어 다시 그 호탕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또 술도 한잔하면서 필자의 속내를 다 보이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지난 얘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걱정되는 게 있다. 이제는 빌려줄 돈도 없으나 다시 또 어떤 친구가 돈 빌려 달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려운 일이 생긴 친구에게 눈 꼭 감고 빌려주지 않으면 친구 사이가 잘 유지될 수 없으니 도와줘야 할까? 이 친구에 돈 빌려준 경험에 의거해 두 눈 꼭 감고 거절해야 하나? 어떻게 결정하든 친구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두 친구 사이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런 난처한 고민에 빠지지 않게 친구들에게 어려운 상황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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