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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렇게 참는다] ‘욱’할 땐 일단 피하는 게 상책

기사입력 2016-07-05 16:13

▲젊은 날 남편과 제주 여행 중에 찍은 사진. (김영선 동년기자)
▲젊은 날 남편과 제주 여행 중에 찍은 사진. (김영선 동년기자)
부부가

부부가 함께 세월을 쌓다 보면 때때로 다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이 지옥 같은 전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한다. 그래서 집안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나 경제문제가 아니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작은 일들은 남편이 하자는 대로 대부분 들어준다.

그런데도 남편이 술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부부싸움을 참 많이도 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쓰러져 자는 편이라 주사는 없지만 술자리를 좋아해서 늦는 날이 많아 집안일을 두고 말을 섞어 볼 시간이 없다.

아들도 엄마의 장점 중 첫 번째로 ‘인내심이 많다’는 것을 꼽을 만큼 필자가 살아가면서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내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방법은 싸움이 시작되면 일단 밖으로 나가 공원에서 바람을 쐬면서 자리를 피해 시간을 버는 것이다. 남편은 뒤끝은 없는데, ‘욱’하는 성품의 소유자라 한 번 화를 내면 불같다. 나중에 감당해야 할 일은 그 순간에는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대신 그 자리만 피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새거린다.

이런 방법은 여름에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겨울에는 쓸 수가 없다. 머리를 식히려 밖에서 배회했다간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엔 공원 대신 대형마트를 은신처로 삼는다. 마트에 갔다 와도 공원에 다녀온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필자가 집에 들어가면 남편은 반가워하는 눈빛을 확연히 드러낸다. 그러면서 자기 것도 사왔느냐고 묻는다. 부부 싸움한 건 기억조차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어린애 같다.

둘째는 아들을 앞세우는 방법. 남편이 열 받아 있을 때 어린 아들을 안고 있으면, 화를 못 낸다. 아들이 어릴 때는 특히 유효했다. 어린 아들 앞에서는 차마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남편은 결국 뜨거운 화기를 주체하지 못해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면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간식을 사 들고 들어온다. 들어와선 “확 가출해 버리려고 했는데 아들 먹일 간식거리를 전해줘야 해 가출을 못 하고, 할 수 없이 들어왔다”고 둘러댄다. 어이가 없다.

필자는 지금도 남편이 화를 내려는 눈치가 보이면 은근슬쩍 다 큰 아들을 앞세운다. 그러면 남편의 화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아버지의 체면과 권위의식 때문에 아들 앞에서는 참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남편의 약점을 아낌없이 활용한다.

셋째는 남편이 화를 내면, 부리나케 어머니에게 고자질해 혼쭐나게 하는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도 있듯이 어머니도 심정적으로는 당연히 아들의 편을 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눈 질끈 감고 며느리 편을 들어 준다. 남편이 어머니 앞에서는 필자에게 무척이나 잘해주는 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방법은 현재는 사용할 수 없다.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가셨기 때문이다. 아무튼 필자의 집에서는 이 세 가지 방법만 쓰면 전쟁은 죄다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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