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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도사 되는 법] 핸드폰 기피증 변천사

기사입력 2016-05-25 17:27

핸드폰이 새로 나왔을 때 지금의 세련된 감각으로 본다면 그건 분명 ‘무전기’라고 부를 만했다. 크기가 좀 얇은 벽돌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시간이 아주 짧아서 4시간 정도면 다시 충전해야 했다.

온갖 단점밖에 없었지만 핸드폰은 일단 부의 상징이었다. 기기 하나 가격이 유선전화 값의 몇 배에 달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이것을 갖고 있으면 세련되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비췄다. 핸드폰을 갖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이로움 때문이다. 마치 처음 전기 불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리고 “삐삐”가 나왔다. 유행처럼 남자들은 허리춤에, 여자들은 손에 들고 호출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보며 유선 전화통에 매달리곤 했다.

필자는 하지만 두 물건 모두 기피했다. 핸드폰이 꽤 맵시 있게 나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도 없이 울려대며 따지듯 퍼부어대는 통화에 경기를 일으키며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일하는 사람이 주위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라는 압력의 수위가 인내의 한도를 넘어서도 필자는 오로지 버티기로 일관했다.

필자의 다음 고민거리는 핸드폰의 뒤를 이어 등장한 스마트폰.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에 그 무진장한 기능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유론과 ”그거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다’는 반대론이 마음에서 왔다갔다했지만 결국 몇 개월도 안돼 소유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소유는 결정했으나 배우는 건 지난한 과정이었다. 자식이들에게 SOS를 쳤지만 몇 시간 가르쳐주더니 ‘답답해서 못 가르친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으면 더 하기 힘들다”고 두 손 드는 것 아닌가. 필자도 자식들에게 핏대 오르는 경우가 많아 더 하다가는 사이만 틀러지겠다 싶어 결국 독학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공부하자 오히려 맘 편해 학습 효과가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계속 들여다 보느라 몸이 피곤했지만.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유선전화 처럼 익숙해졌다.

필자가 이런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스마트폰을 배우다 보니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에게 가르치려면 같은 노인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은퇴 후 일거리를 찾는 분들을 조직해 연구회를 만들고 함께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배우면서 겪었던 문제점들을 모아 커리큘럼도 만들었다. 커리큘럼에 따른 교안을 제작하고 서로 강의를 시연한 뒤 촬영해 문제점도 알려주고 있다. 현재 강사는 모두 10명인데 인턴 과정을 거쳐 강의 교안 작성과 시연에 통과해야만 연구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하고 있다.

필자는 요즘도 새 스마트폰이 나오면 반드시 연구한다. 스마트폰이 진화하고 있어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강의실에서 나이 많은 학생들에게 최고의 존칭을 받는다. 때때로 아주 황공한 기분이 들어 그만하시라는 말을 한다. 알고 나면 정말 별거 아닌데도 대단하다고 하시니 쑥스럽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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