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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맛] 맛있게 비벼보는 추억의 짜장면 한 그릇

기사입력 2016-02-05 13:43

▲신성루 짜장면.(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짜장면.(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짜장면이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던 시절, 졸업식 날이면 학교 인근 중국집마다 짜장 볶는 내음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술을 새까맣게 범벅해가며 짜장면을 흡입했던 날들도 빙긋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의 향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70년 동안 3대에 걸쳐 추억이 고픈 이들에게 변함없는 짜장 맛을 선사하는 인천의 ‘신성루’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그 시절 최고의 외식 메뉴, 짜장면

▲신성루 외관.(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외관.(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오래된 중국집 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몇 곳이 유명하지만, 그곳과는 조금 떨어진 인천 중구에는 신생동의 작은 차이나타운 신성루(新盛樓)가 있다. 1947년 문을 연 이곳은 식당 외관부터 내부 곳곳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중국 산둥(山東)성 출신 주인장 장덕영(57)씨가 그의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본토의 정통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 현재는 주인장과 함께 그의 아들이 신성루 요리의 맥을 이어간다.

▲신성루 주인장과 그의 아들.(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주인장과 그의 아들.(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간짜장. 일반 짜장면에는 면에 따뜻한 짜장 소스를 얹어 내지만, 간짜장이나 삼선짜장 등은 갓 볶은 소스를 따로 내고 면 위에 반숙 달걀후라이를 올려준다. 달걀노른자를 터뜨려 비벼 먹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간짜장. 일반 짜장면에는 면에 따뜻한 짜장 소스를 얹어 내지만, 간짜장이나 삼선짜장 등은 갓 볶은 소스를 따로 내고 면 위에 반숙 달걀후라이를 올려준다. 달걀노른자를 터뜨려 비벼 먹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사람으로 치면 칠순에 가까운 신성루에는 또래의 고객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찾곤 한다. 80세를 바라보는 50년 단골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와 손잡고 오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손주의 손을 잡고 짜장면을 먹으러 온다. 흔히 간편하게 짜장면을 먹는 요즘이지만, 신성루를 찾는 이들은 저마다 묵직한 추억을 가지고 발걸음을 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앞치마를 둘렀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주인장이다. 그는 “지금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에는 짜장면이 최고의 외식메뉴였어요. 그래서 생일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 별식으로 즐기곤 했죠. 1970~1980년대에만 해도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정도(현재 5000원)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메뉴와 맛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인테리어도 거의 그대로고요”라며 앞으로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힘쓸 것이라 말했다.

▲신성루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요즘처럼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많지 않았던 30~40년 전에는 신성루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많았다. 돈이 넉넉하지 못한 청춘남녀에겐 짜장면 한 그릇에 엽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중국집이 최적의 장소였던 것. 어려웠던 그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는 돈이 없어 식당 2층에서 몰래 뛰어내려 도망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신성루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단체룸.(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단체룸.(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의 외관을 보면 오래된 작은 중식당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2층짜리 낮은 벽돌 건물에 낡은 간판, 투박한 입구까지. 푸근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라 예상하고 들어선 식당은 그야말로 엄마 품처럼 넓고 아늑했다. 생각보다 넓은 실내에 놀라는 이들이 대부분. 30석 규모의 1층 홀을 지나면 기다란 복도 양옆으로 10~30명이 들어가는 룸이 6개 있다. 빨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 만한 크기의 홀이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색에 가까운 분홍 벽지와 중국 전통 인형들, 사람만 한 도자기, 화려한 그림 액자 등은 여느 중국집처럼 독특한 인상을 주는 요소들이지만 세월의 옷을 입어 온화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빛바랜 테이블, 낡은 식초병, 오래된 공중전화, 2층에 음식을 올려주는 옛날식 도르래 등은 신성루의 역사이자 모두의 추억이다.


▲신성루 짜장면, 탕수육, 짜춘권 등 메뉴 차림.(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짜장면, 탕수육, 짜춘권 등 메뉴 차림.(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짜장면과 더불어 단골들이 자주 찾는 신성루 인기 메뉴들이 있다. 짬뽕, 짜춘권, 그리고 군만두다. 짬뽕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달인의 요리로 소개했을 정도로 유명한데, 무말랭이를 우려 만든 육수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짜춘권은 중국식 계란말이라 비유할 수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메뉴이지만 신성루에서는 탕수육처럼 친숙한 요리로 통한다. 군만두도 이곳에서는 특별하게 주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물만두를 튀겨달라’하는 것인데, 매장에서 직접 빚은 물만두를 군만두처럼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물만두로 먹어도 맛있다.

▲신성루 짜춘권과 짬뽕.(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신성루 짜춘권과 짬뽕.(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신생동 9-12

영업시간 11:00~22:00,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문의 032-772-4463, 032-761-4463, 032-762-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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