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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저자 인터뷰]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 <남자의 독립> 저자 이봉규

기사입력 2015-06-12 16:35

▲<남자의 독립> 표지

TV조선 '황금펀치',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의 MC로 활약하며 '강적들'의 정치만담꾼으로도 잘 알려진 시사평론가 이봉규.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 이봉규가 꿈꾸는 독립, 그만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 노하우를 담은 책 <남자의 독립>이 나왔다.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Q. <남자의 독립> 어떤 중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재미없게 그냥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 일터로 나가기 싫어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퇴근 후에는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마누라에게 야단맞을까 봐 억지로 집으로 향하는 불쌍한 우리들의 중년 남자들, 자신은 늙어가고 있다고 자평하는 사람들이 꼭 읽기를 바랍니다.


Q. 자신이 갱년기라고 느낀 순간들에 대해 몇 가지 말씀하셨는데요, 그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갱년기를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요.

‘삶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멍하니 TV만 쳐다보면서 리모컨만 하루 종일 돌려대고 있었죠. 샤워를 며칠씩 안 하는 날도 많았고요. 무기력증에 빠져서 ‘이렇게 나이 먹으면서 늙어가겠구나!’하고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던 중, 영화 <버킷리스트>를 봤습니다. 주인공 두 명(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 6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합니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6개월을 정말 재미있고 가치 있게 살지요. 그때 나도 문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자고 마음먹고 써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죽기 전에 가장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상상력을 동원해서 죽는다는 가정으로 몰입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습니다. 마치 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들이 작성한 리스트처럼.

그때 생각했죠! 이제부터 재미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남을 위해 또는 가정을 위해 희생을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의 행복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랬더니 그 후 정말 거짓말처럼 재미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그동안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Q. 어느 순간 중년은 그런 감정과는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년에게 우정이란? 그리고 사랑이란?

중년에게 우정은 중요합니다. 사랑은 훨씬 더 중요하죠. 소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이고, 청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인 우정에 다소 앞날에 대한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그러나 중년의 우정은 맹목적이게 순수하지도 않고 도움을 받거나 주기도 귀찮아집니다. 친구를 만나서 머리를 굴리거나 신경을 쓰기가 피곤해지는 것이죠. 배려하기도 힘에 벅차게 되고요. 그냥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상대는 뭔가 우월감을 노출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격지심이 있어서 히스테리를 부리면 마음이 무겁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헤어져서 돌아갈 때 내가 뭐하러 아까운 시간에 그 친구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았지? 하는 생각에 친구와의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처지가 비슷하거나 코드가 맞는 친구를 만나면 아무 생각 없이 수다를 떨고 재미있게 소주잔을 비웁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어릴 적 친구와 만나는 횟수는 반대로 줄어들게 되지요. 어릴 적 친구는 늘 마음속으로 그립죠. 그런데 막상 만나려고 하면 스케줄도 서로 다르고 지금 사는 가치관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라서 공유할 게 별로 없습니다. 물론 어릴 적 친구와 코드가 잘 맞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의 우정이 지속되겠죠.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그런 친구는 많지 않을 겁니다. 한두 명만 건져도 인생을 아주 잘 산 것이라고 자평해도 됩니다.

중년의 사랑은 사활적인(vital) 이슈입니다. 사랑이 없는 중년의 삶은 죽는 연습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불쌍한 인간입니다. 사랑하면 젊어지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대상이 부인이면 최고의 행복이죠. 만약 부인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면? 이혼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합하라고 조언합니다. 부인도, 다른 여인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부터 사랑을 애써서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은 필수입니다. 특히 중년에게는!


Q. 책에서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시간이나 설계를 해본 적 없으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삶에 회의가 느껴질 수밖에.’라고 하셨습니다. 이상은 무엇이고, 현실은 어떠하며, 설계하신 모습은 무엇인지요.

사람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겠죠. 나의 경우 이상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의 통념과 충돌하고 어느 정도 맞출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죠. 그래서 요즘 설계하고 있는 인생 계획은 ‘나의 이상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사회의 통념을 용기 있게 깨버리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남은 50년 행복을 위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기로 마음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의 독립>이라는 책을 내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여러분과 공유하자는 것이지요. 마치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동아리를 하는 것처럼.


Q. 만약 하나님이 “봉규야~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신다면 “전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애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또,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 표현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이 황금기라는 것은 일이 잘 풀려서 황금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 중에서 지금이 제일 자유롭고 행복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회의 통념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의 이상에 맞추는 용기가 필요한 중년입니다. 인생을 잘살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가 아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중년입니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를 버려야 합니다.

첫째는 “칭찬받기 위해 구걸하는 노예근성”입니다. 때로는 가족에게 칭찬받기 위해 애쓰고, 때로는 상관에게 칭찬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때로는 사회 통념의 가치에 맞춰서 출세했다는 칭찬받기 위해 발광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좀먹고 있습니다. 남의 칭찬이나 사회의 통념은 나의 행복과는 무관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고래가 춤추면 행복할까요? 아마도 무지 불행한 고래일 것입니다. 오죽 고된 훈련을 받았으면 사람의 지시(칭찬)에 고래가 춤을 춥니까? 우리는 불쌍한 고래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태평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면서 짝짓기하고 맛있는 거 자유롭게 먹고사는 고래가 행복하듯이 우리도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서 나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즐겁고 행복한 중년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자식입니다. 자식을 버려야 행복합니다. 버리라는 의미는 자식을 어디에 내다 팔거나 자식으로부터 도망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식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우면 그 자식이 잘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애지중지 키우면 오히려 자식이 독립심이 없어서 불행하게 됩니다. 아버지도 불행하고 자식도 불행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위해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게 발버둥 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부모들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자식이 대학을 들어가면 첫 학기 등록금만 대주고 나머지는 학자금대출로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학자금대출 갚느라 고생합니다. 그런데 그걸 고생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통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지요. 우리는 자식들이 졸업할 때까지 꼬박꼬박 학비를 대두고 용돈까지 챙겨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시집·장가 갈 자금까지 마련해주느라 등골이 휘어지게 희생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행복할까요? 잘 될까요?

천만에 오히려 자생력이 없어서 나이를 먹어도 남에게 의존하려는 나약한 젊은이로 자랍니다. 사업자금 대달라고 떼쓰고 유산을 미리 떼어달라고 부모에게 협박합니다. 이게 다 부모가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자기가 희생하고 자식은 잘 키워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과 사회통념이 자식도 망치고 자신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이기적으로 사는 남자들’에서 신성일, 손학규, 강용석, 김갑수, 조영남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중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신성일 선생이 제일 부럽습니다. 우선 그 나이에 아직도 멋진 모습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매일 운동하고 정신수양을 하니까 그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부인 엄앵란 여사에게 “방송에서 나를 마음껏 흉보라!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어서 당신이 잘 팔릴 거야~”라고 말하는 용기와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원조 한량 신성일 선생을 따라잡기 위해 ‘한량 시즌2’ 이봉규가 분발해야겠지요. 출판기념회에 신성일 선생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는데, “한량 신성일이 ‘시즌1’이었고 이제 ‘한량 시즌2’ 이봉규가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라고 마이크 잡고 외치니까 껄껄 웃으시더라고요.


Q. 아직도 ‘나는 늙었다’ ‘나는 늦었다’고 말하는 중년들에게 한마디!

“왜 노인행세하고 자빠졌니?”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송해 선생은 90인데도 아직도 재미있게 일하고 술 드시고 매일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른답니다. 이제 40~50대의 중년들이 늦었다고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멍청한 바보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 지금 중년들은 반 정도밖에 살지 않은 ‘신청년’입니다. 나머지 50년 60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젓인지는 지금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디테일한 방법은 <남자의 독립>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솔직하게 내뱉었습니다. 나는 지금 째지게~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행복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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