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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人' 늙은 게 죄인가⑨] 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 경희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백지은 교수

기사입력 2014-08-24 20:50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 입안자들이나 사회복지 연구자들은 노인을 인구통계학적 인식 대상으로 본다. 성별로 나누고 소득수준으로 가르며 돌보미 유무를 파악해, 어떤 대상을 어느 정도의 복지 수준으로 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노인은 언제나 보이는 대상으로 물성화될 뿐, 주체성을 지닌 인간으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오근재 전 홍익대 교수(현 연세대 특별초빙교수)의 저서 ‘퇴적공간’의 일부다. 그는 우리 사회 노인들을 ‘시대의 강물에 떠밀려 잉여의 존재로 퇴적공간에 쌓여 있다’고 표현했다. 한때는 사회의 주역으로,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던 그들이 이제는 ‘잉여’로 전락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 ‘잉여’로 남아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인가. 전문가들의 견해와 조언을 들어봤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백지은 교수

어르신들이 특정 장소에 모이게 되는 원인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졌음에도 은퇴 시기가 앞당겨지고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던 일터나 가정 내의 역할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에의 적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다거나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들을 보내야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생계유지 및 앞으로의 남은 삶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동질감 공유로 인한 일시적인 심리적 안정감을 어느 정도 가질 수는 있지만 어르신들이 추구하는 노후의 삶, 예를 들어 재취업이나 경제적 자원 획득을 통한 안정적인 생계유지, 친밀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즐거운 여가활동 등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다른 세대들과 어르신이 함께 거주하거나, 일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어르신들만을 위한 공간은 오히려 어르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에 현재 어르신들이 주로 모이는 공간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지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어르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노년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연령기준으로 노년기를 구분하고 여러 기회를 제한하게 되면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긍정적인 측면들을 놓치게 된다.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노년기가 확장됨에 따라 건강상태, 근로능력, 친밀한 관계의 대상 여부, 경제적 자립정도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어르신의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맞춤식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어르신의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어르신들만의 공간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고 소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지역사회 내에서 가족, 이웃과의 원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며,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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