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서 출범식·토론회… 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운동·인권 현안 대응 나서

어디서 누구와 살지, 어떤 돌봄을 받을지,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사회에 참여할 권리는 이어져야 한다. 노인을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봐온 정책을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펼쳐졌다.
‘노인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약칭 ‘노인지사’는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과 토론회를 열고 활동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시민사회와 학계, 복지 현장 등에서 활동해온 발기인 38명을 포함한 여러 시민들이 모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인인권기본법제정추진연대가 공동 주최하고 노인지사가 주관했으며,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를 노년의 일상과 연결해 설명했다. 돌봄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존중받을 권리, 가족의 희생에 기대지 않고 필요한 돌봄을 받을 권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권리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지은희 노인지사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서는 이혜경 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신명희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수석부회장,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 유해숙 한국선배시민협회 회장이 각각 존엄·돌봄·참여를 주제로 토론했다.
“삶과 돌봄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 국가도 책임”
남인순 의원은 축사에서 노인인권기본법안에 자기결정과 독립, 건강과 안전, 돌봄, 사회참여와 문화생활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어디서 누구와 살아갈지, 어떤 돌봄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인인권기본법의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노인지사를 통한 공론화와 연대 확대가 입법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했다. 후속 논의에 대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애 노인지사 공동대표는 창립 취지문을 낭독하며 노인지사 출범의 배경으로 법 제정 이후에도 남을 인권침해와 차별 문제를 꼽았다. 최 대표는 “법 제정만으로는 우리 사회에 있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한 직간접적 인권침해와 차별적 현실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노인 빈곤, 노인 소외, 학대와 차별, 혐오 표현 등 노인인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키오스크 주문과 모바일 신청, 온라인 예약 등 급속한 디지털 전환이 노인의 권리 접근을 가로막는 현실도 짚었다. 노인지사는 이러한 인권 현안에 대응하는 현장 활동과 캠페인, 정책과제 발굴, 사회적 의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 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운동을 확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어떤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야”
‘노인인권기본법의 의미와 실천과제’를 발표한 이혜경 노인지사 공동대표·연세대 명예교수는 노인정책의 설계 기준을 바꾸는 ‘권리 기반 접근’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종래의 노인복지정책이 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묻는 접근이었다면, 새로운 권리 기반 접근은 동등하고 존엄한 시민으로서의 노인에게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가, 실질적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묻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 이후에는 기존 정책을 인권 원칙에 맞춰 점검하고, 현장에서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는지 감시하고 평가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 현장과 지역사회, 디지털·AI 환경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인권 문제도 운동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노인이 고통받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당사자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명희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수석부회장은 복지 현장에서 이미 노인의 욕구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관에 오는 노인들은 배우고 활동하며 관계를 넓히고, 의미 있는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복지관 밖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나 돌봄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노인은 특정한 시기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한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존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배시민 활동을 통해 노인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기존의 시선을 돌아보고, 노인이 지역사회 의제를 논의하며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받을 권리, 여성 희생에 기대서는 안 돼”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돌봄의 방식과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노인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돌봄을 받는 것은 같아도 수동적인 혹은 능동적 이용자가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강조하며, “노인을 위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돌봄이 아니라 노인과 함께 제공하는 돌봄으로 개념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부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김 이사장은 “노인의 돌봄 권리의 보장이 여성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 되어서는 안된다”며, “가족 돌봄의 부담이 여성의 돌봄시간 증가와 휴식 감소, 취업소득과 사회참여 기회의 축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연금에서의 배제와 노후빈곤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 돌봄을 중심에 두고 가족 돌봄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돌봄과 가족 돌봄 모두에서 남녀의 부담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해숙 한국선배시민협회 회장은 사회가 신체의 노화라는 한 부분으로 한 사람 전체를 판단하고, 노인 스스로도 나이가 들면 물러나야 한다고 받아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노인이 돌봄을 받는 존재인 동시에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된 돌봄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고 확인하고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의 사회적 관계”라고 정의하고, “노인이 공동체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당당한 시민의 권리이고 법과 제도를 통해 확고히 보장되어야 할 참여권”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