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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낀 세대’ 부모 돌봄 길어진다

입력 2026-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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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돌봄] 부모의 돌봄과 나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40~50대

(이미지=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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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늙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해질 수 있다. 가족을 돌보는 일 역시 경제력이나 직업,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노인인구 비율이 21%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오래 사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누군가를 돌보고, 또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 특히 부모의 노화와 자신의 노후를 동시에 마주하기 시작한 40~50대는 부모의 돌봄과 나의 노후,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보험개발원(KIDI)이 발간한 ‘2025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40~50대 응답자 가운데 “노후가 준비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3%에 불과했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50년 40.1%까지 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65세 이상)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25년 29.3명에서 2050년 77.3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40~50대는 이른바 ‘낀 세대’로 불린다. 자녀 세대를 뒷바라지하는 동시에 부모의 노화와 돌봄까지 마주해야 하고, 그사이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해도 부모 돌봄이 쉬운 것이 아니다. 막상 돌봄이 시작되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어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가족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기 마련이다.

부모를 넘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준비해야 하는 돌봄. 왜 지금 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알아둬야 하는지 짚어봤다.

(이미지=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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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봄, 생각보다 빨리 온다

지난해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3.7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65.5세에 머물렀다. 오래 사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시간을 모두 건강하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김찬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며 “돌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풍경이 달랐다. 196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성 52.8세, 여성 57.7세에 불과했고,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은 2.9%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년을 보내는 시간 자체가 지금보다 짧았던 셈이다. 반면 오늘날 기대수명은 80세를 훌쩍 넘어섰다. 생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자녀 역시 나이 들어 부모를 돌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족의 부양 의지와 책임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50~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돌보는 ‘5080 돌봄’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이다. 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부모 세대가 80세를 넘어서면서 50~60대가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부모 돌봄이 50~60대에 가장 집중돼 있다며, “이 시기는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자신의 신체적 노화도 함께 진행되는 때”라고 짚었다.

문제는 부모가 현재 건강하다는 이유로 40~50대가 돌봄을 먼 미래의 일로 여긴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40~50대는 부모 돌봄을 실제 상황이 닥친 뒤에야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모가 70대로 접어들며 신체 기능과 회복력이 떨어지면 이전까지 별다른 도움 없이 생활하던 부모의 건강상태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낙상이나 질병, 입원, 인지기능 저하 등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돌봄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건강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찬우 교수는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가 돌봄에 관해 미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향후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봄받기를 원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이용 가능한 사회적 돌봄 자원은 무엇인지 파악해두는 식이다. 재가요양이나 돌봄 서비스 등 공적 지원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관련 도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찾아두면 부모의 돌봄이 시작됐을 때 도움이 된다.

특히 치매 등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부모의 인지기능이 충분할 때 향후 돌봄에 관한 생각을 가족과 지속적으로 나누고, 필요한 경우 이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족 간 역할이나 경제적 준비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부모의 건강과 경제 상황, 형제자매의 수, 거주지와 직업 등 가족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돌봄이 시작된 뒤 처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건강하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때부터 함께 이야기하고 알아두는 것이다.

(이미지=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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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가족 넘어 지역으로

가족이 미리 준비하더라도 길어진 돌봄을 가족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모를 돌보는 자녀 역시 나이가 든다. 김 교수는 앞으로 가족 내부에서 돌봄을 맡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했다.

2035년경에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노인 연령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늘어나는 반면 자녀 수는 줄고, 비혼·이혼 증가 등 가족 형태도 달라지면서 가족 안에서 돌봄을 감당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돌봄을 가족만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주거·생활 지원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시설에 들어가 보호받는 것만이 아닌, 살던 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으며 생활을 이어가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방향으로 돌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른바 통합돌봄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등을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통합돌봄 예산도 914억 원으로 전년 71억 원 대비 약 13배 늘었다. 홍선미 교수는 통합돌봄 시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됐다는 점을 중요한 변화로 꼽았다.

가족 입장에서는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모에게 여러 종류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 의료·요양·일상생활 지원 등을 각각 알아보는 대신,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살펴보고 지원받는 방식이다. 퇴원 이후에도 방문의료나 재가요양, 주거·이동 지원 등 필요한 도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가족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용할 수 있는 공적·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찾아 적절히 도움받는 것 역시 돌봄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홍 교수는 “공적 돌봄이 시작됐고, 공공이 책임질 수 있다는 인식도 일반인에게 스며들게 될 것”이라며 좋은 돌봄 서비스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일반 가정도 필요할 때 사회적 돌봄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 돌봄을 활용하면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장기요양인정을 받은 사람이 방문요양·방문간호·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은 원칙적으로 급여 비용의 15%, 시설급여는 20%다. 소득·재산 수준 등에 따라 본인부담금 감경도 받을 수 있다. 가족이 돌봄을 전적으로 떠안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사비로 해결하기보다,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지원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초고령사회의 돌봄은 가족과 사회 어느 한쪽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공적 돌봄 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동시에 개인과 가족 역시 돌봄에 관해 미리 이야기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부모를 돌보는 일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자신의 노화를 체감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때와도 겹치는 만큼, 부모가 건강할 때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

홍 교수는 40~50대의 경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돌봄 방식을 정하기에 앞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생애 설계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향후 자녀에게 돌봄을 의존하지 않으려면 경제적 기반 등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모의 돌봄을 준비하는 일은 결국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도움말 김찬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족이 겪는 돌봄 부담과 노인 돌봄 서비스 등을 연구해왔다. 특히 노인 장기요양보험과 지역사회 노인 돌봄 정책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도움말 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역사회 복지와 사회서비스, 통합돌봄 분야의 전문가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돌봄 체계와 공공의 돌봄 책임, 사회서비스 정책 등을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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