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여행] 빛과 색채가 머무는 대지

찬란한 태양과 고요한 중세의 시간이 공존하는 땅, 남프랑스. 수많은 거장이 사랑했던 이곳에서의 여정은 매일 아침 새로운 소도시를 거닐며 예술적인 일상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지중해의 은빛 해안도로를 지나 멈춰 선 노천카페, 풍요로운 식탁에 차가운 로제 와인을 더할 때 여행은 완벽해진다.

지중해의 거친 매혹, 마르세유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19세기 해상무역으로 번성했으나 세계대전의 폭격과 식민지 독립으로 쇠퇴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초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특유의 개방적인 분위기와 활기가 거리마다 스며 있어, 이방인에게 남프랑스의 이색적이면서도 소박한 정서를 건넨다.
구 항구는 기원전 600년경부터 19세기까지 수많은 선박이 드나들던 마르세유의 상징적인 모태다. 부두를 가득 채운 백색 요트와 낡은 어선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옛 항구의 정취를 자아낸다. 항구 남북을 호위하듯 마주 선 ‘생 니콜라 요새’와 ‘생 장 요새’는 16~17세기 지중해 패권을 노리던 프랑스 왕실의 흔적이다. 부두 주변 레스토랑에서는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끓여내는 전통 생선 스튜 ‘부야베스’의 진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은 석회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해 마르세유 전역과 푸른 지중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13세기 예배당과 16세기 요새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으며, 백색과 적색 대리석이 교차하는 줄무늬 외관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고딕 성당과는 다른 신비로움을 풍긴다. 40m 높이의 사각 종탑 끝에는 항구를 지켜주는 11m 크기의 황금빛 성모 마리아상이 우뚝 솟아 있다. 내부 역시 화려한 종교화와 정교한 모자이크로 꾸며져 로마-비잔틴 양식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태양의 화가와 로마의 유산, 아를
론강 하류에 위치한 아를은 고대 로마 문명과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적 혼이 겹치는 도시다. 남프랑스 특유의 강렬한 햇살과 따스한 기후를 자랑하며, 고대 로마제국의 거점도시로 번성해 당시의 유적들이 도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를이 품은 독특한 역사적 색채와 아름다운 풍경은 매년 수많은 여행자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아를 원형 경기장’은 서기 1세기 말에 건립된 고대 로마 건축의 유산이다. 당시 약 2만 명의 관중을 수용했던 복층 구조의 거대한 외벽이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대에는 검투사들의 전장이었고, 중세에는 요새와 주거 공간으로 쓰였으며, 현대에는 전통 투우 경기와 문화 축제의 장으로 활용된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외관이 고대 도시 아를의 위상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아를 인근 거대한 암석 지대, ‘레 보 드 프로방스’에는 버려진 석회암 채석장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빛의 채석장’이 있다. 채굴 중단 후 방치됐던 지하공간은 1970년대 예술가들의 영감을 거쳐 현대적인 미디어아트 무대로 재탄생했다. 거친 암벽으로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수십 대의 프로젝터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세계적인 명화를 벽면에 투사하며, 관람객의 시청각을 압도하는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눈부신 태양이 자갈 해변에, 니스
니스는 ‘리비에라(해안)의 여왕’이라 불리는 지중해 최고의 휴양도시다. 마르세유부터 모나코까지 이어지는 눈부신 해안선인 ‘코트 다쥐르’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알프스의 설산을, 여름에는 푸른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예부터 휴양객과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고급 호텔과 정원, 카지노 등 위락시설이 잘 정비돼 있어 사시사철 활기찬 에너지가 흐른다.

니스 해변은 고운 모래 대신 반짝이는 자갈로 이뤄져 있어,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독특하고 청량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여름이면 바캉스를 즐기는 전 세계 여행객들로 붐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옆으로 유서 깊은 카페와 고급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19세기 초에 조성된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구시가지와 해변을 연결하는 중심 교차점이다. 광장을 둘러싼 이탈리아 양식의 붉은 건축물과 기하학적인 체크무늬 바닥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아폴로 조각상이 있는 고전적인 분수대와 기둥 위에 앉은 인간의 형상을 표현한 현대 미술가 자움 플렌사의 조형물이 조화를 이룬다. 낮에는 트램이 가로지르는 활기찬 쇼핑가이며, 밤에는 조형물에 다채로운 불빛이 밝혀져 낭만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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