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여행] 오감으로 깨어나는 섬

세상에 완벽한 휴양이 존재한다면 그 장소는 아마 ‘발리’일 것이다. 인도양의 거친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절벽부터 고요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동부의 성지, 그리고 원시림의 생명력이 꿈틀대는 우붓의 정글까지. 발리는 머무는 지역마다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무더위와 장마로 지쳐가는 시기, 하지만 8월의 발리는 비 한 방울 보기 힘든 쾌적한 건기 시즌을 맞아 지구상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기후를 선물한다. 올여름 단순한 휴양을 넘어 오감이 깨어나는 특별한 여정을 원한다면, 미지의 매력으로 가득 찬 발리의 세 가지 얼굴을 마주해보자.
남부, 파도와 절벽이 빚어낸 야생의 찬가
발리 최남단은 대자연의 거친 숨결과 웅장한 스케일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인도양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벼랑 끝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

‘울루와뚜 절벽사원’은 해발 70m의 아찔한 깎아지른 절벽 끝,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이곳은 발리 7대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웅장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성소의 분위기도 압도적이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사방을 자유롭게 누비며 여행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야생 그대로의 원숭이들이다. 신성한 종교 구역인 만큼 하의가 짧은 방문객은 입장이 제한될 수 있어 사롱을 착용하는 등 예의를 갖추는 준비가 필요하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던 ‘빠당빠당 비치’는 들어서는 과정부터 신비롭다. 기암괴석 사이로 난 비밀스러운 좁은 바위 통로를 통과해야 비로소 에메랄드빛 바다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거친 암석들이 거센 파도를 막아, 해변 안쪽은 신기할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낙원의 정취를 풍긴다.
‘가루다 공원’은 과거 채석장이었던 부지를 거대한 문화예술 공원으로 탈바꿈한 역작이다. 공원 중심에는 힌두교 전설 속 신조(神鳥) ‘가루다’를 탄 비슈누 신의 조각상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 높이가 무려 121m에 달한다. 척박한 암벽 지형과 대비되는 압도적인 크기의 건축물 앞에 서면,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적 집념이 만들어낸 위용에 깊은 경외감이 느껴진다.

신화의 경계를 걷는 시간 여행지, 동부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신들의 영토’다. 아궁산의 영험한 기운에서 힌두 문화의 깊은 뿌리가 느껴진다.
‘렘푸양 사원’은 ‘신의 성스러운 빛’이라는 어원답게 발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성한 사원군 중 하나다. 아래쪽 페나타란 아궁 렘푸양 사원에는 ‘천국의 문’으로 불리는 석문이 있다. 석문 사이로 아궁산이 액자처럼 들어오는 풍경 덕분에 긴 대기 행렬이 생기기도 한다. 이곳에서 더 높은 렘푸양 루후르 사원까지 순례하려면 1700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렘푸양 사원의 긴 웨이팅이 부담스럽다면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신흥 아지트로 떠오른 ‘라항안 스위트’를 둘러보자. 아궁산의 웅장한 능선을 또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아름드리나무 위에 지은 이색적인 전망대와 하트 모양 구조물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포토 스폿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띠르따 강가’는 ‘갠지스의 물’을 뜻한다. 이곳은 1948년 카랑아삼 왕족이 조성한 왕실의 휴양지다. 힌두교도들이 업장을 씻어내기 위해 찾던 신성한 샘물답게 물이 맑고 투명하다. 형형색색의 거대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연못 위로 정교한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물 위를 걷는 듯한 고요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초록빛 우림이 건네는 ‘우붓’의 위로
발리섬의 중심부를 향하다 보면, 푸른 바다의 잔상이 흐려질 때쯤 만나는 ‘우붓’은 거대한 열대우림과 계단식 논이 펼쳐지는 발리의 심장부이자, 완벽한 재충전의 공간이다.
이곳에 발리 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스윙 체험’이 있다. 지상 10m부터 아찔한 78m 높이까지 다양한 크기의 그네를 타고 울창한 정글과 계단식 계곡 위를 새처럼 날아오른다. 그네 뒤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초록빛 정글 뷰는 그 자체로 해방감을 선사한다.
‘크레트야 우붓’은 정글 한가운데 숲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만든 이국적인 장소다. 예술적인 계단식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눈앞에 펼쳐진 우붓의 초록빛 계단식 논을 감상하는 비현실적인 황홀경을 선물한다.
원시림 속에서 야생 동물과 온전히 교감하는 경험도 우붓에서 빼놓을 수 없다. ‘몽키 포레스트’는 1000마리가 넘는 원숭이들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원숭이들은 카메라를 만지는 데도 거침이 없다. 마치 셀카를 찍는 듯 카메라를 다루는 유쾌한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원숭이들은 눈을 오래 마주치면 도전 신호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주의 사항을 지키며 관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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