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리후생 보고서 결과… “가족돌봄 지원, 인재 관리 등 경영적 관점에서 봐야”

기업이 가족돌봄을 더 이상 개인의 집안일로만 보지 않고, 인력 유지와 생산성 관리의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보고서가 미국에서 발표됐다. 지난 15일 美 돌봄 플랫폼 기업 케어닷컴이 발표한 ‘2026 미래 복리후생 보고서’는, 오늘의 노동시장이 실제로는 돌봄 위에 서 있지만 정작 그 현실은 직장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 간극을 ‘가시성 격차’로 규정하며, 기업이 이를 외면할수록 결근과 이직, 생산성 저하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료는 돌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사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돌봄은 장기요양기관이나 재가서비스 현장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가족의 직장생활과 소득 유지, 노동시장 참여를 좌우하는 문제라는 점을 수치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74%, Z세대 직원의 67%는 자녀를 돌보고 있거나 앞으로 돌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두 세대 모두 절반 이상이 장차 노부모나 고령 가족을 돌보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52%는 자녀와 노부모를 함께 돌보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에 속해 있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고용주와 노동자 간 인식 차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높은 수준 또는 중간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는 직원이 81%에 달한다고 집계했지만, 고용주들은 그 비율을 55% 수준으로 낮게 추정했다. 돌봄 필요가 직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느낀 직원은 19%, 매우 잘 지원받고 있다고 답한 직원은 20%에 불과했다. 관리자들이 돌봄 문제를 지원할 준비가 충분하다고 본 고용주도 29%뿐이었다.
돌봄으로 인한 업무 차질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의 53%는 돌봄 문제 때문에 일을 빠진 적이 있다고 답했고, 48%는 돌봄 서비스를 찾거나 조정·관리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24%는 돌봄 문제 때문에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23%는 가족돌봄 지원이 더 나은 직장으로 실제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의 85%는 다른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현재 직장을 떠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노인돌봄 지원이 이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응답은 20%, 자녀돌봄 지원은 21%였다. 가족돌봄 지원을 잃게 되면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응답은 58%,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응답은 39%, 직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응답은 36%였다. 돌봄 지원이 단순한 복지 항목이 아니라 기업의 인력 유출 방지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외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직원의 85%, 고용주의 92%는 돌봄 비용이 커지는 현실에서 기업이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고용주의 77%는 돌봄 관련 스트레스가 인력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고, 43%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족돌봄 지원 복지가 가장 중요한 복지 영역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관련 복지를 적극 확대 중이라는 응답은 31%, 향후 변화를 검토 중이라는 응답은 26%였다. 반면 축소하거나 우선순위를 낮춘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돌봄 서비스는 수급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을 계속해야 하는 가족을 위한 노동시장 기반시설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통합돌봄의 성과를 평가할 때 서비스 이용률이나 만족도만이 아니라 가족의 결근 감소, 이직 방지, 소진 완화 같은 지표까지 함께 조사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고서를 발표한 케어닷컴은 미국 내 대표적인 돌봄 플랫폼 가운데 하나다. 2007년 설립 이후 아동돌봄, 노인돌봄, 반려동물 돌봄, 가사 지원 등 가족 돌봄 전반에서 이용자와 돌봄 인력을 연결해 왔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4500만 명 이상이 케어닷컴을 이용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내 복리후생 의사결정자 600명과 복지 수혜 대상 재직자 1000명을 상대로 2026년 1월 실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