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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돌봄 AI 도입, “취약한 노인부터 실험대 돼선 안 돼”

입력 2026-04-06 13:30수정 2026-04-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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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론테크포럼, AI 돌봄 그늘 짚어… 고령층 정서 의존·낙인·감시 우려 등 검토 필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2026) 현장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XoMotion의 보행 보조용 외골격 로봇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실버산업전문가포럼)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2026) 현장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XoMotion의 보행 보조용 외골격 로봇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실버산업전문가포럼)

고령자 생활과 돌봄 현장에 기술을 어떻게 들일 것인지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점검이 지난 3일 열렸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연 ‘2026 에이징 제론테크포럼’ 4차 포럼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2026) 내용을 국내에 되짚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상용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론테크를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의 삶의 질과 존엄을 지키는 핵심 축”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며, 제론테크는 어떻게 더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평온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우정 한국지부장은 ISG 2026 보고를 통해 “제론테크가 단순한 기기 개발이 아니라 고령자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는 제품·서비스·기술을 촉진하는 분야”라고 말하고, “ISG 2026에서 논문 322건과 심포지엄 15개, 일반발표 236건이 이뤄졌고, 한국에서도 23편의 논문이 나와 활발한 참여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ISG 2026 리뷰 세션에서는 최문정 KAIST 석좌교수,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최윤정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 사무국장, 신승훈 총신대학교 제론테크 전공 박사과정이 발표에 나섰다.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2026) 현장에서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실버산업전문가포럼)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2026) 현장에서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실버산업전문가포럼)

최문정 교수는 ISG 2026의 AI 연구 동향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번 학회에서 AI 관련 초록이 전체 300여 건 가운데 약 17건, 비중으로는 5% 안팎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장에선 디지털 포용과 AI 격차, 헬스 모니터링, 대화형 AI, 윤리와 편향, 치료적 활용 등이 부각됐다”라고 설명하고, “AI 연구의 강국은 결국 AI 개발과 활용이 활발한 국가들”이라며 네덜란드, 캐나다, 대만, 한국에서 관련 연구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장기요양 현장에서의 언어 문제였다. 비영어권 사용자가 요양시설에 들어갔을 때 실시간 번역 AI 앱이 삶의 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흥미로운 사례로 꼽았다. 동시에 대형언어모델이 노인을 어떤 이미지로 재현하는지, 이 과정에서 연령차별적 프레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중요한 윤리 의제로 제시했다. 사망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바타나 대화형 챗봇을 만드는 ‘추모 AI’ 연구도 소개하며, AI가 슬픔과 추모의 방식마저 바꾸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포럼 후반 질의응답에서 “AI는 늘 응답해 주고 기다려주기 때문에 외로운 고령층일수록 더 편하게 느낄 수 있고, 정서적 기대나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의 돌봄기술 확산 구조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 국내에서 재활·돌봄 기술을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은 저소득 독거노인인데, 이 기술들이 충분한 근거 없이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취약계층부터 먼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모든 사람이 다른데 하나의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사나 주민센터가 권하는 기술을 취약한 고령자가 실제로 거부할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 삼았다.

송원경 과장은 엔지니어의 시선에서 분석한 학회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로봇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성능보다 먼저 “누가 쓰는지, 어디서 쓰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상황의 윤리적·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면서, 로봇은 단순히 신체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계 과정에서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학습한 ‘고령자 이미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을 위한 리모컨이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기기를 생성형 AI로 그리게 하면, 지나치게 허약하거나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고령자를 그려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50대 이상과 젊은층의 스마트폰·웨어러블 사용률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고령자 전용’이라는 낙인이 오히려 거부감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양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팅을 활용한 개인 맞춤 설계를 제안했다.

최윤정 사무국장은 장기요양 현장에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회적 보조 로봇에 대해서 사용자의 잠재적 욕구를 충분히 파악하고, 기존 돌봄 생태계 속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치매 환자 안전을 위한 실시간 위치추적 기술은 분명 필요성이 있지만, 동시에 감시라는 윤리적 부담도 함께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기술 도입 여부를 넘어 관계적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지, 데이터 거버넌스를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할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를 바탕으로 입소자별 사진·음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개인 맞춤 정서케어, 특정 대상군을 상대로 한 반려로봇 파일럿 운영, 배회 위험이 큰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기반 위치추적 시범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는 “좋은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돌봄을 더 안전하고, 더 잘 연결되고, 더 존엄하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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