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중심 건강 개선 효과 확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 정책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지원이 고령층의 건강과 생존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소득수준과 생애주기별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김태훈 경희대학교 교수가 집필한 제4장 ‘기초노령연금이 노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연금 도입 이후 고령층의 사망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2007년 제도 도입 전후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연금 도입 전후를 비교하는 ‘이중차분(Difference-in-Differences: DID)’과 추가 변수까지 반영한 ‘삼중차분(Triple Difference: D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쉽게 말해 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시간의 변화 속에서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55~74세, 60~69세 등 다양한 연령 구간으로 나눠 설정됐다.
그 결과 기초연금 도입 이후 수급 대상 집단에서 사망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제도 도입 직전인 2007년과 비교할 때 이후 기간에서 사망률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 단순한 시간 추세가 아니라 정책 효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망률 감소 효과는 특정 질환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암(신생물), 내분비·대사 질환, 순환계 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에서 사망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소득 지원이 의료 이용과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삼중차분 분석에서는 소득 분위에 따라 연금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노후소득이 부족할수록 건강 취약성이 커지는 구조 속에서 연금이 이를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연금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건강 정책으로 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소득 이전 정책이 고령층의 생존 가능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제도 설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부부가 함께 수급할 경우 각각의 연금액이 줄어드는 ‘부부 감액’ 구조를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후소득 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액 제도가 오히려 건강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고령사회로 갈수록 노후소득과 건강의 연결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연금이 생활 안정 수단을 넘어 건강과 생명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을지, 제도 설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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