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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나무를, 나에겐 추억을 선물

기사입력 2014-03-28 08:57

▲지난해 천안 광덕산 정상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제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노아'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성경 속 익숙한 이야기에 재난 영화의 장쾌한 면모까지 영화는 개봉 전부터 흥행이 예견됐다. 러셀 크로우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도 볼 거리이지만 영화 속 거대한 방주도 흥밋거리이다. 성경에 따르면 방주는 전나무로 만들어졌다.

나무가 없었다면 방주 만들기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터. 성경 속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대홍수에 인류의 전멸을 막은 건, 다름아닌 '나무'이다.

천주교나 기독교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는 신성시되는 나무가 등장한다. 이른바 '우주목'이다. 땅 아래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천상을 향해 자라는 나무는 지상의 존재인 인간들에게 일찍부터 숭배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백년, 천년을 살며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생명체로 추앙됐다. 샤먼이 신을 영접하기 위해 오른 사다리도 나무요, 석가가 깨달음을 얻은 곳도 나무 아래였다. 예수는 십자가인 나무에 못 박혔다.

나무는 또한 제 것을 모두 내어준다. "옛날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게는 사랑 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인간과 나무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선조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었다. 중국에는 사람이 일생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 일로 한 그루의 나무 심기와 한 권의 책 쓰기, 자식 갖기라는 격언이 있다. 책 쓰기나 자식 갖기는 망설여져도 나무 심기는 당장 할 수 있다. 공휴일에서 빠져 예전보다 관심이 줄었지만 매년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일찍 찾아 온 봄에 천안, 아산의 산림조합에서는 시민들이 저렴하게 나무를 구입할 수 있도록 나무시장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식목일 당일 광덕산 정상에서 5개 단체와 공동으로 나무심기 행사를 갖는다. 참가비는 없다.

나무가 부담된다면 작은 화분이나 안 쓰는 컵에 흙을 담아 꽃을 심어도 좋다. 화분 하나로 녹색 정원을 집 안에 들여놓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자녀들과 함께하면 더 좋다. 세계 4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지난해 12월 별세한 프레데릭 백 감독의 '나무를 심는 사람'까지 함께 본다면 산 교육이 따로 없다.

대전일보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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