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이후 출입 제한·운영 공백 반복… 법원 판단 나왔지만 해법 여전히 미궁

전북 전주시의 사설 봉안시설인 자임추모공원이 소유권 이전 이후 운영 혼란을 겪으며 반년 가까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고인을 안치한 유가족들은 추모 시간 제한과 폐쇄 가능성 속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자임추모공원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봉안시설로,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해 약 1800기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문제는 지난해 6월 봉안당 일부가 경매를 통해 기존 운영 주체였던 재단법인 자임에서 유한회사 영취산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소유권은 영취산으로 이전됐지만, 봉안시설을 실제로 운영하고 유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단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이 남아 있었다.
영취산은 이를 근거로 전북도에 재단법인 설립을 신청했으나, 전북도는 공공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후 봉안당 소유권과 운영·관리 권한이 분리된 상태가 이어지면서, 시설 운영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봉안당 출입이 일시적으로 전면 차단됐다가, 하루 4시간 정도 제한 운영되는 것이 반복되어 왔다.
재단법인 설립 불허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지난 15일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행정부는 영취산이 전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재단법인 설립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단법인의 공공성과 안정성이 충분하지 않고, 유골 승계와 관리 계획, 유가족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전북도의 판단이 재량권 범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 판단 이후에도 운영 정상화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판결 직후인 지난 19일 봉안당 일부가 다시 폐쇄됐고, 현장에는 유골 회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게시됐다. 영취산 측은 재단설립 기각으로 인한 시설 폐쇄 진행에 대한 입장을 유가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봉안당은 토요일 오전 일부 시간만 제한적으로 개방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유골 이전을 전제로 한 이용만 가능한 상황. 유가족들은 일시적으로 정상 운영이 가능했던 지난 추석처럼, 다가오는 설에도 추모가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임추모공원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인 송인현 씨는 “법원 판단으로 재단법인 설립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면, 그 다음 단계는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 대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유가족들은 보상이나 특혜를 요구한 적이 없고, 고인을 안전하게 모시고 정상적으로 추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관리 주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유골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훼손이나 추모 불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사설 봉안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임추모공원은 장사법상 정식 재단법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승인 과정에서 일반 분양이 이뤄졌고, 그 결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겼다”며 “민간 기업 간 분쟁이라는 이유로 행정이 관망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관리자 지정이나 관리·감독 강화, 운영 제한이나 개선 명령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번 사태를 자임추모공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민간 운영이지만 극도의 공공성을 지닌 장사시설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 이용권의 법적 지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며 “운영자 변경이나 소유권 이전 시 계약 승계와 관리 책임이 단절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국무총리실에도 전달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전북대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서 자임추모공원 사태와 관련한 유가족의 질문을 받았다. 김 총리는 이 사안에 대해 “자료를 전달받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유가족들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상경 집회를 열 계획이다. 유가족협의회 측은 “법원 판단 이후에도 방치된 행정 공백 문제를 알리기 위한 집회”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