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욕쟁이 엄마, 100만 유튜버 되다

입력 2026-01-21 06:00

[북인북] 이남형·안정필 유튜버 모자의 100만 비결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콘텐도 함께 즐겨보세요.

“엄마, 나랑 유튜브 해볼래?”

30년 동안이나 이어왔던 옷 장사를 마무리하고 가정주부로 살고 있던 어머니에게 어느 날 문득 내가 말했다.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한 말이었지만, 어머니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흔쾌하게 알겠다고 했다.

- ‘나는 유튜버 이남형 할머니 아들 안정필입니다’, 94p

구수한 욕을 내뱉지만, 웃음 끝에는 늘 수줍음이 남는 얼굴. 유튜브에서 ‘K-욕쟁이 할머니’로 주목받고 있는 78세 이남형 씨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아들 안정필은 카메라에 담지 못한 엄마의 시간을 글로 기록한 책을 펴냈다. 이 기록은 시니어 세대에게 유튜버라는 도전이 노년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남형·안정필 유튜버 모자(주민욱 프리랜서)
▲이남형·안정필 유튜버 모자(주민욱 프리랜서)

“이 시부랄 시키야!” 호탕한 어머니와 그 옆에서 구박을 받는 듯 어리바리한 아들. 두 모자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이남형 할머니’는 구독자 125만 명을 보유한 인기 채널이다. 책 ‘나는 유튜버 이남형 할머니 아들 안정필입니다’에는 이 채널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화면 밖 웃음과 눈물, 모자의 삶이 녹아 있다.

책은 세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흑백 텔레비전’은 어머니 이남형의 이야기다. 세 살 무렵 6·25전쟁을 겪고,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뒤 옷 가게를 운영하며 두 아들을 키워낸 삶이 이어진다.

두 번째 ‘컬러 텔레비전’은 아들 안정필의 자전적 이야기다. 개그맨을 꿈꾸던 청년이 유튜버에 도전하기까지 과정, 어머니와 함께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결혼식 영상을 촬영하던 사람이었다. 안정필은 알게 모르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두 모자는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 달성으로 받은 실버 버튼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 언박싱을 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마지막 ‘부록’에는 안정필이 직접 정리한 유튜브 운영 필승법이 담겼다. 그는 엄마를 보며 시니어 세대에게 특히 유튜브를 추천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이남형 할머니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남형 할머니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책 집필 배경과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필 개인적으로 100만 유튜버가 되면서 유튜브 강의서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출판사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자서전 제안이 왔죠. 그렇게 두 이야기를 묶은, 말하자면 통합본 같은 책이 탄생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엄마를 인터뷰하면서 6·25전쟁 이야기부터 어린 시절까지, 제가 몰랐던 삶의 장면들을 알게 됐어요. 또 6년간 운영해온 유튜브를 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 책입니다.

남형 내 이야기인데도 책을 읽으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고생도 많이 했고, 신랑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아직도 슬프고. 이렇게 나이 먹고 효자 아들 덕분에 100만 유튜버가 된 것도 참 신기해요.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남편,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습니다.

남형애 아빠는 정말 천사였어요. 몸이 안 좋았는데, 내가 옷 가게를 30년 하면서 “돈은 내가 벌 테니까 아프지만 말라”고 늘 그랬어. 그렇게 나를 좋아하던 사람이 어떻게 나를 두고 눈을 감았는지 모르겠어. 벌써 28년이 됐네.

정필사람이 떠나고 나면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기억에 남잖아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밥을 차려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안 해드리고 밖에 나간 기억이 계속 떠올라요. 그리고 아빠와의 큰 추억은 없지만, 엄마한테 잘하셨다는 것은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아버지가 남겨놓은 비디오테이프 20여 개를 다시 보게 됐고, 그걸 인코딩해 제가 찍은 영상과 함께 편집하면서 깨달았죠. 제가 아버지의 역할을 이어서 하고 있다는 걸요. 엄마는 카메라가 운명인 사람이라는 것도요.

100만 유튜버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필엄마와 제 캐릭터는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장사를 하며 쌓아온 끼와, 제가 코믹 연극을 하며 익힌 연출이 만나 시너지가 난 거죠.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공식대로 연출했고, 엄마가 잘 따라와 주셨어요. 그리고 엄마가 도도하고 순수해 보이는 외모에 욕을 하니까, 보는 분들이 반전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이 이 채널의 매력 아닐까요.

(주민욱 프리랜서)
(주민욱 프리랜서)

‘시부랄 할머니’ 캐릭터에는 명과 암이 공존할 것 같습니다.

남형 내가 옷 가게를 30년 했잖아. 그때부터 욕을 했어. 상스러운 욕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욕이지.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어. 단골도 많았고. 요즘은 길에서 “할머니, 욕 좀 해주세요”라고 하대. 해주면 그렇게 좋아해.

정필 초반에는 악플도 많았어요. 유명해질수록 더 심해졌고요. 그런데 동시에 응원도 많았습니다. 특히 해외 반응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부랄’이라는 말이 외국인들에게는 방언처럼 들려서 하나의 캐릭터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책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고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통해 ‘진짜 이남형’을 만나셨으면 합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남형 기쁜 순간이 매우 많았어.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해주고, 맛있는 것도 싸주고. 원래 채널 이름이 ‘70대 어머니와 떠나는 먹방 여행’이었잖아. 아들이랑 다니면서 힐링도 하고, 젊어지는 기분이야.

정필 100만 유튜버가 된 것도 의미 있었지만, 어머니가 서울시장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을 때가 더 기억에 남아요. 유튜브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전에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 했지만, 지금은 속도를 늦추더라도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욱 프리랜서)
(주민욱 프리랜서)

어머니도 팔자가 참 재미있는 것이, 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촬영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노년이 된 어머니를 촬영해주고 있다. 뭔가, 어머니가 카메라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를 하늘나라 구름 뒤에서 어여쁘게 바라보시며 좋아하고 기뻐하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 ‘나는 유튜버 이남형 할머니 아들 안정필입니다’, 154~155p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정필 촬영에 들어가면 저는 공과 사를 분리하는 편이라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감정이 앞섰다면, 지금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조율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이제는 프로가 되셨어요.(웃음)

남형 몸이나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들한테 내색한 적은 없어요.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하게 돼. 아들이 원하는 바를 알겠더라고. 그래서 촬영도 빨리 끝날 수 있게 노력해요.

시니어에게 유튜브를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필 무엇보다 기록의 가치가 있어요. 편집하지 않아도 유튜브에 올려두면 개인 기록처럼 남길 수 있습니다. 예전 비디오테이프처럼 삶을 저장해두는 거죠. 저는 이런 기록 과정 자체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니어 세대가 살아온 경험과 이야기는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없는 콘텐츠예요. 그걸 잘 꺼내기만 하면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일관된 주제를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반응이 없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남형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나이 먹었다고 겁내지 말고 유튜브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도 일흔 넘어서 시작했는데, 재밌고 좋아.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정필 제 가치관은 조금 단순해요. 석 달 뒤, 넉 달 뒤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자는 쪽이에요. 구독자가 얼마나 더 늘어야 한다거나 하는 욕심은 크지 않아요. 어머니가 건강하시고, 저희가 무탈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하나 성실하게 하다 보면 그게 쌓여서 결국 좋은 일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남형 나도 동감이야. 아들이랑 유튜브 한 거 후회 없어. 정필아, 앞으로도 싸우지 말고 열심히 건강하게 유튜브 하자!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 말은 달리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 지혜가 녹아 있는 시니어의 말
  • AI 시대, 말의 본질을 다시 묻다
  • 표창원 프로파일러 “60세,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다”

브라보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