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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디지털 소통 위기를 넘어 확실한 기회로

입력 2026-01-19 06:00

[강원국의 어른 소통법] 더이상 아들에게 묻지 않기로 한 부부

30여 년간 한집에 살던 아들이 몇 해 전 결혼하면서 떠났다. 그러자 우리 부부에게 새로 산 제품 사용법 익히기, 프린터 잉크 갈아 끼우기, 현관 비밀번호 바꾸기 같은 작은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아들이 해주던 일을 이제 나와 아내가 해야 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꼬치꼬치 물어보던 우리가 이젠 달라졌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문제를 하나씩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아들에게만 의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부터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생존의 문제

이는 비단 우리 집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디지털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꼭 익혀야 할 숙제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줌을 통해 만나고, 휴대전화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나와 같은 중장년에게는 단순히 편리한가, 불편한가를 넘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던가. 내가 태어난 1960년대 초반은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였다. 이후 산업화, 민주화, 지식정보화라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나는 1990년 초 직장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원고지에 글 쓰던 시절이었다. 원고지에 글을 쓰려면 생각이 논리정연해야 한다. 나는 그렇지 못해 글쓰기로 밥 먹고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때 무엇이 생겼나.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됐다. 나 같은 사람에게 컴퓨터는 구세주였다. 글을 마음껏 빼고 넣고 옮기는 게 가능해졌다.

2000년 8월부터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게 됐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긴 했는데, 문제는 내가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무엇이 세상에 나왔나. 바로 인터넷이란 게 생겨났다. 인터넷만 잘 검색하면 나의 무지를 감출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 초 직장에서 잘렸다. 나는 세상과 단절됐다. 나를 찾는 사람도, 일도 없었다. 이때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게 등장했다. 바로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그때 나이 쉰한 살이었다.

직장에선 잘리고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배제됐지만, 내게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과 사회관계 통신망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생명을 다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온라인화된 일상생활

온라인 소통을 잘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라면 내가 누구보다 자신 있다’, ‘이것은 내가 남들보다 더 잘 알고 많이 해봤다’, ‘이것 참 좋다. 나는 이것에 푹 빠져 산다’는 ‘이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것이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누르고, 남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공유’ 버튼을 누른다.

둘째, 온라인을 활용하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나를 알리겠다는 목적을 갖고 썼다. 나를 마케팅하고 브랜드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실은 많은 사람이 그렇다. 마케팅은 나를 알리는 것이다. 시장에서 좀 더 비싼 값으로 나를 팔기 위한 활동이다. 브랜드화는 나에게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이다. 내가 나로서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글쓰기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셋째, 일관성을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일관성은 꾸준히 글과 영상과 이미지를 올리는 것이다. 소재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나는 글쓰기나 말하기 등 한 가지 소재를 갖고 지속적으로 썼다. 한 가지를 깊게 파면 팔수록 그 분야를 더 좋아하게 되고 더 잘하게 만든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크다. 사람도 얻게 된다. 온라인에서 친구와 이웃이 생긴다. 오프라인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내 콘텐츠를 보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효용의 일관성과 표현의 일관성도 지켜나가는 게 좋다. 나는 온라인 친구나 이웃에게 ‘재미’라는 효용을 주고자 했고, 표현 방식도 ‘입말로, 다섯 줄을 넘지 않게, 마지막엔 반전을 꾀한다’는 일관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이제 일상생활이 전방위로 온라인화됐다. 택시를 타려면 휴대폰 앱을 깔아야 하고,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일상이다. 은행 창구가 줄어들면서 모바일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이 크게 늘었다. 관공서 일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병원 예약도, 백신 접종이나 재난지원금 신청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느냐 여부가 곧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된 것이다.

그러나 중장년층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서울시복지재단이 2023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디지털을 잘 쓰지 못하는 중장년층의 42%가 고립감을 느낀다고 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50대 이상의 89%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쓰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이는 20~30대의 절반 수준이다. 정보의 중심이 TV와 신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중장년층은 점차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천천히, 차근차근 배워야

디지털 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개인이 노력하고 사회가 도와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넓혀가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모든 기능을 한 번에 배우려 하지 말고, 자주 쓰는 생활 도구부터 시작해서 차차 넓혀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먼저 카카오톡 문자 보내기부터 익히고, 그다음 사진 보내기, 단체 채팅방 사용하기 순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식이다.

자녀에게 배울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면 좋다. ‘한 번에 하나씩, 익힐 때까지 천천히 반복’을 약속하고, 정기적으로 스마트 기기 배우는 시간을 정해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다. 이때 배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자녀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큰 글씨 모드, 눈의 피로를 줄이는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 자막 표시 설정, 음성 명령 기능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이 들어 있다.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스마트폰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다. 동네 도서관이나 복지관의 ‘스마트폰 교실’에 참여해 같은 세대끼리 모여 배우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배우려는 의욕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고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시도해보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건강한 디지털 시민의식을 함께 기르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함부로 공유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쓰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등 디지털 시민의식을 함께 길러야 한다. 기술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자세다.


개인·정부·기업·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격차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므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디지털 격차를 없애는 것은 중장년층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세대 통합의 핵심 과제이기에 그렇다.

지금의 ‘스마트폰 기초반’은 대부분 한두 번으로 끝나거나 같은 내용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체계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교육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버튼 누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고,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하는 과정을 직접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필수 서비스가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중장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증 단계를 간소화하고, 명확하고 쉬운 안내문 제공 등으로 온라인 금융거래를 쉽게 만들고, 실시간 영상 상담 서비스를 늘리며, 복잡한 온라인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얼마 전 외국에 갈 일이 생겨 오랜만에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새벽 5시 30분 첫차였다. 정거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줄을 서지 않았다. 나라도 줄을 서야겠다는 생각에 맨 앞에 섰다. 그런데 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기사님이 나를 막았다. “좌석 예약하셨어요?” “아니요!” “예약하지 않은 손님은 탈 수 없습니다.” 아뿔싸! 앱으로 좌석을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머리 희끗한 노년 부부, 이렇게 셋뿐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고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렸던 이유도 그때 알았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나는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몇 배나 비싼 택시비 때문에, 그리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나만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낙담할 필요 없다. 이런 위기를 확실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눠 진다면 디지털 격차는 얼마든지 해소될 수 있다. 개인의 노력을 지지하고, 구조적인 장벽을 없애며, 디지털 시민의식을 함께 기를 때, 중장년층의 디지털 소통은 위기를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기회로 피어날 것이다.


중장년층이 디지털 소통을 어려워하는 이유

➊ 새로운 플랫폼과 기능의 등장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릴스로, 요즘은 메타버스 가상 회의까지. 기술이 진화하는 속도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카카오톡 쓰는 법을 겨우 익혔는데 이제는 디스코드(음성, 영상, 문자를 한곳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➋ 젊은 사람들 위주로 만들어진 디지털 기기 작은 아이콘, 미니멀한 디자인, 빠른 화면 전환이 중장년층에게는 혼란을 가져온다. 노안이 온 눈에는 작은 글씨와 아이콘이 잘 안 보인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서비스는 중간에 포기하게 만드는 건 물론 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➌ 신체 변화로 인한 물리적 장벽 굳은 손으로 정확하게 터치하기 어렵고, 귀가 잘 안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음성 안내를 듣기도 힘들다. 이런 신체 변화를 기술이 충분히 배려하지 못할 때, 중장년층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체적인 이유로 사회와 단절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➍ 디지털 금융 사기 보이스피싱, 스미싱, 메신저피싱 등 디지털 금융 사기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활동 전반에 깊은 불신과 공포를 갖게 됐다. 이것은 디지털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실제로 해킹이 무서워서 로봇청소기 사용을 꺼리는 주부들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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