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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청년 일자리 뺏는다?” 1만 명 조사결과 근거 없어

입력 2025-11-14 10:31

희망임금 비슷해도 ‘자원·태도·직업군’ 전부 달라… 서울시 일자리 수요조사 결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14일 공개한 ‘중장년 정책 인사이트(2025년 9호)’는 오래 반복돼 온 사회적 통념, 즉 ‘중장년 일자리 확대가 청년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실증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같은 통념은 최근 정년연장 논의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재단이 시행한 ‘2025 서울시 일자리 수요조사’ 분석 결과, 서울의 중장년(40~64세) 1만여 명과 청년(19~34세) 312명을 비교한 노동시장 데이터는 두 세대가 애초에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조건과 수요를 가진 별도의 생태계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켰다.

조사 결과, 중장년과 청년의 희망임금은 각각 월 381만원, 372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구직 과정에서 중시하는 요소와 노동시장 진입 방식은 전혀 달랐다. 중장년층은 “부양책임이 있는 생애주기상 소득 안정성”을 우선해 4대 보험과 임금 수준을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꼽았다. 반면 청년층은 “직무 분야”와 “근로형태·시간”을 우선순위로 제시하며 자율성과 자기 개발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는 두 세대가 동일한 일자리 조건을 희망한다는 통념과 다른 지점이다.

구직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보유한 자원 또한 확연히 달랐다. 청년층은 AI 활용 능력 등 디지털 역량에서 중장년층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대로 중장년층은 회복탄력성과 경력 만족도 등 심리적·경험적 자본에서 두드러진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자원의 구조적 차이는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직무군 선호로 이어졌다. 청년층은 기술·연구·디자인 등 미래산업 중심 직군을 선호한 반면, 중장년층은 교육·사회복지·행정 등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종과 서비스·영업 등 현실적 대안 직무에 고르게 분포했다. 보고서는 “두 세대의 선호 직업군 자체가 중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적시했다.

대규모 표본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는 “정년연장이나 중장년 재취업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허약함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노동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제로섬 게임’ 관점은 실증 자료와 어긋난다”며 “청년과 중장년은 각기 다른 생애주기 과제를 지닌 다른 공급자이며,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장년층의 재취업 시장은 임금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다층적 구조로 나타난 반면, 청년층은 고도기술·전문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 “두 시장은 구조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 분석에서는 중장년 구직자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직자원과 자신감이 모두 높은 ‘자기주도형’이 전체의 29.9%로 가장 많았고, 자원과 자신감이 모두 낮은 ‘구직 단념형’은 28.8%로 조사돼 정책적 취약층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간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위험이 큰 만큼 심리적 지원과 점진적 재진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층과의 비교를 토대로 제시된 정책 대안 역시 “세대 간 경쟁”이 아닌 “세대별 맞춤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청년층에게는 경력 형성과 심리적 안정 지원을 각각 중심에 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 간 역량 차이를 서로 보완하는 ‘리버스 멘토링’과 세대 융합형 프로젝트 등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상생 가능한 노동시장”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장년 일자리 확대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통념은 데이터 기반 정책 환경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며 “자원·태도·직업군이 다른 두 세대는 경쟁보다 상호 보완적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정책 제언에서는 ‘투 트랙 전략’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중장년에게는 디지털 역량 강화와 경력 전환 지원을, 청년에게는 경력 형성과 심리적 불안 완화를 중심으로 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두 세대의 역량 비대칭을 활용하는 ‘세대 통합형 평생교육 모델’을 제안했다. 청년이 중장년에게 디지털 기술을, 중장년이 청년에게 위기관리·회복탄력성 등을 전수하는 ‘리버스 멘토링’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이번 보고서가 중장년 고용정책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형별 맞춤형 정책 설계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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