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시니어 독자 발길 잡은 출판사

올해로 67회를 맞은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총 530여 개 출판사와 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국가와 세대의 독자들이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가운데, 도서 콘텐츠의 흐름 역시 다층적으로 나타났다.
도서전 현장에서는 ‘나이 듦’, ‘돌봄’, ‘가족’, ‘관계’, ‘삶의 성찰’ 등 개인의 경험과 사회 구조가 교차하는 주제를 다룬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는 최근 출판계 전반에서 정체성과 감정, 생애주기 전환점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경향 속에서 중장년층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출판사로는 청미출판사, 돌고래, 딸세포 등이 눈에 띄었다.
삶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인문 큐레이션 – 청미출판사
청미출판사는 일상의 언어로 철학적 사유를 끌어내는 책들을 소개하며 주목받고 있다. 시대의 고단함을 담백하게 반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미해져 가는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한다.
‘나이듦의 철학’(제임스 힐먼)은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성격의 힘을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저자는 나이 들수록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인생의 막바지 시간은 성격의 완성과 확증이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는 중년 이후의 삶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풍요롭고 성취감을 주며, 창조적인 시간일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경계를 질문하는 문학적 시선 - ‘돌고래’
출판사 돌고래는 사회와 개인의 경계를 질문하며, 복잡한 삶의 실태를 일깨우는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작인 ‘돌봄과 작업’(정서경 외)은 여성이 일과 돌봄을 양립시키는 방법, 어려움, 보람,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생각뿐 아니라 일과 창조적인 작업, 돌봄이 서로 복잡하게 침범하고 상호작용하는 측면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기록했다.
여성의 서사, 가족의 이야기 – ‘딸세포’
딸세포는 가족과 여성의 삶을 다루는 에세이 중심의 출판사다. 여성 생계 부양자를 수면 위로 드러낸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와 평범한 세 모녀의 삶과 기억을 진솔하게 풀어낸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는 세대의 묵혀둔 기억을 건드린다. 특히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는 모녀 간 감정의 층위를 다루면서 말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회한과 화해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