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CC탐방] 일본 거장이 설계한 아름다운 코스
대만여자오픈이 열리는 신의(信誼)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이 대회는 3년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2019년 말 불어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단 한 차례 대회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당시 대회에서는 일본에서 활약하던 전미정이 16년 만에 우승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쉬운 사연을 간직한 신의 골프장은 지금도 명문 코스로서의 품격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거장에 의해 설계
대만에는 총 61개 골프클럽과 88개 골프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타이베이 지역에 34개, 타이중 지역에 14개, 타이난과 가오슝 지역에 13개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다. 가오슝은 대만 서남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로, 국제적인 해상교통 중심지다. 시내 중심에는 85층 높이의 스카이타워와 세계무역센터 등 현대적인 마천루가 즐비하며, 도시를 가로지르는 아이허(愛河)에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항구 도시의 특색을 살려 2년마다 제17호 부두에서 ‘국제 컨테이너 예술제’가 열리는 등 문화예술과 레저의 조화가 돋보인다.
이처럼 매력적인 도시 가오슝에서 신의 골프클럽은 오랜 역사와 함께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1936년 영풍여기업을 창립한 하전(何傳)의 기업 정신을 계승하며 설립된 이 골프장은 ‘성실(誠), 신의(信), 검소(樸), 실질(實)’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89년 일본 골프장 설계의 거장 와타나베 히로시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그가 대만에서 설계한 세 개 코스 중 하나다. 가오슝의 남일 골프&컨트리클럽(Nan Yi·南一)과 타오위안(桃園)의 장경(Chung Gung·長庚) 골프장이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경험 많은 캐디들이 공략 도와
신의 골프클럽은 가오슝 공항에서 34km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약 35분 거리다. 접근성이 뛰어나 시내에서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중국 남방식 우아한 건축양식으로 조성된 클럽하우스는 붉은 지붕과 소박한 관음벽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캐디 문화다. 대만 골프장은 젊은 캐디가 거의 없다. 대부분 40~50대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 60대 이상 베테랑 캐디들도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10년에서 길게는 25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며, 깊이 있는 코스 이해도를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세심한 도움을 제공한다.
신의 골프장(파72, 7510/7187야드)은 넓은 페어웨이와 긴 전장이 특징이다. 골프장은 총 4개의 티와 90여 명의 캐디, 15개 타석을 갖춘 200야드 길이의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전 라운드에서는 두 번째 화이트 티(6855야드)를 주로 사용하며, 그린은 평이한 편이지만 9피트의 스피드를 유지해 결코 만만치 않은 난도를 보인다. 코스 곳곳에서 백로 떼가 자주 목격된다.
2번 홀(파4, 434야드)은 내리막 S자형 코스로, 장타자들은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를 넘길 경우 유리한 위치에서 세컨드 샷을 시도할 수 있다. 반면 왼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칠 경우 나무에 막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거리와 방향성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다.
8번 홀(파5, 629야드)은 600야드가 넘는 긴 전장에 오르막까지 더해져 체감 거리는 최소 660야드에 달한다. 스리온이 쉽지 않은 전략적인 홀이며, 골프장의 스트로크 인덱스 1번 홀로 꼽힐 정도로 난도가 높다.
9번 홀(파4, 460야드)에서는 고풍스러운 클럽하우스가 그린 공략 시 인상적인 배경이 된다. 150야드 지점에 커다란 연못이 자리하며, 이 연못 왼쪽 잔디에 골프장 이름과 설립일 1989년 7월 8일이 새겨져 있어 운치 있는 광경을 연출한다. 레이아웃과 주변 경관의 조화가 매우 뛰어난 홀이다.
코스 내려다보는 대불 인상적
또한 11번 홀 왼쪽과 14번 홀 오른쪽에서는 중국 10대 불교 성지 중 하나인 불광산(佛光山) 불타기념관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50m가 넘는 대불의 존재감은 압도적인데, 골프장에서는 아쉽게도 그 뒷모습만 확인할 수 있다. 대불이 궁금해진 호기심 많은 기자가 캐디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자, 캐디는 손바닥에 ‘불광산(佛光山)’이라는 한자를 적어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이 같은 현지 캐디들의 세심한 서비스는 신의 골프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신의 골프장 인근에는 가오슝, 대강산, 산호관, 남일, 가남, 남보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차량으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하다. 대만 남부의 따뜻한 기후와 다채로운 코스 경험을 원하는 골퍼들에게 가오슝 지역은 최적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