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장·바다장 등 여러 방법으로 유골 나눠 모시는 ‘분골’ 유행
지난 8월 28~29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 번째 장례박람회(エンディング産業展)가 열렸다. 엔딩산업전이라고도 하는 일본의 장례박람회는 장례, 매장, 공양, 상속 등 다양한 장례와 종활 산업 등을 소개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약 160개사가 참여했으며, 1만 3318명이라는 역대 최대 방문자가 다녀갔다.
고령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장례 시장은 오히려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29일 도쿄에서 열린 엔딩산업전을 방문해 새로운 장례 문화로서 어떤 것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고인의 취향을 담다
이번 장례박람회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분야를 불문하고 고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유골함과 관의 디자인이 정말 다양했다. 소재, 디자인, 모양, 크기 등 선택지가 많았다.
올해는 ‘친환경’을 강조한 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에스지에코그린(SG ECO GREEN)이 선보인 제품은 종이로 만든 것으로 화장할 때에도 검은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금속·못·나사·경칩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에스지에코그린 담당자는 “친환경 잉크를 사용해 고인의 가족사진 등을 프린트 해 관의 외부를 꾸밀 수 있어 고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으며 최대 25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환경을 고려한 제품들이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기술들도 등장했다. 주식회사 abs의 서비스 ‘노아(NOA)’는 고인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취향에 맞는 제단을 꾸며 보여준다. 생각하고 있는 예산을 입력하고 고인이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스타일, 생전의 취미, 성격, 꽃의 종류 등을 고르면 이를 반영한 꽃의 제단 디자인 네 가지를 보여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예산을 조정하거나 색깔을 바꾸는 등 다른 조건을 넣어 디자인할 수 있다.
abs 담당자는 “AI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꽃집에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각한 것과 다르게 제단이 꾸며져 있거나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장례 회사에서 보여주는 획일화된 장식 중에서 골라야 했다면, 노아는 개인 맞춤형으로 제단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온천욕을 좋아했거나, 좋아하는 향기가 있었다거나 하는 고인의 취향을 반영해 온천수나 입욕제를 넣어 납관 전 주검을 씻기는 탕관(湯灌) 용품도 등장했다. 전용 비누가 붙어있으며 물이 나오면서 동시에 빨아들이는 기술로 침대에서 고인의 몸을 닦을 수 있다.
간호용으로 나온 제품이 있지만, 온천수나 입욕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진심이라는 뜻의 ‘마고코로(まごころ)’를 개발한 재팬토와(ジャパン唐和) 담당자는 “마지막까지 고인이 좋아했던 방식으로 몸을 씻어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분골(分骨)’ 유행할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례 문화는 ‘간소화’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집에 불단을 두고 고인을 기리는 풍습이 있는데, 불단은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아졌고 피우는 향 대신 작은 화분이나 시들지 않는 꽃 등으로 대체하는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거주하는 집의 크기가 작아졌고, 불단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 작아진 것은 유골함이다. 이탈리아의 장인이 빚은 도자기로 유골함을 만드는 이탈리아 회사 FENICETEK 담당자는 “앞으로는 화장 후 여러 개의 작은 유골함에 유골을 나누어 보관하는 형태가 유행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유골 일부는 우주장례식을 하고, 일부는 바다에 뿌리고, 일부는 쥬얼리로 보관하고, 일부는 불단에 두는 등의 장례 문화가 퍼지리란 전망이다.
유골 일부를 넣어 만든 유리 장식품이나 뼈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탄소를 활용해 제작한 보석으로 목걸이, 반지 등으로 만든 쥬얼리 제품이 전시장 곳곳에 있었다. 보석은 머리카락 10g, 뼈 300g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의 털이나 유골로도 제작할 수 있다.
‘분골’은 일본의 장례 문화 특성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철영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인의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인식과 문화가 있어 분골이 유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악귀가 된다고 생각해 집안에 불단을 두고 매일 기도를 올려 선하게 바꾼다는 문화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분골의 유행 전망과 더불어 우주장례식, 바다장례식, 수목장례식 등 다양한 형태의 장례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실시된 ‘묘지 소비자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7%가 수목장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4.1%가 후계자가 필요 없는 묘를 구입했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향후 우주·바다 장례식 등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우주장 업체인 은하스테이지(銀河ステージ)는 담당자는 “바다 장례식은 한 달에 150건 정도가 진행되며, 우주 장례식은 2년 동안 11건이 진행됐는데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장례식은 우주비행, 인공위성, 달 여행, 우주탐험 등 원하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독사가 일어난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상속진단사·종활카운셀러·유품정리사와 같은 죽음 관련 직업들이 소개됐다. 또한 올해에도 상속, 종활, 엔딩노트 등 생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과 생전장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처럼 앞으로도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인의 취향을 반영해 간소화됐지만 형태는 다양한 장례 문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또 하나의 장례문화로서 전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 서비스였다. 반려동물을 위한 수의, 유골함, 이동 화장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앨범, 반려동물용 불단, 기념 액자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사진=이연지 기자)▲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사진=이연지 기자)▲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사진=이연지 기자)▲반려동물 이동식 장례서비스. 국내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였지만, 올해 9월 서울시 마포구가 최초로 반려동물 이동식 장례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사진=이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