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글로벌 시니어트렌드 포럼… 써드에이지 주최, 초고령사회 해법 논의

지난 16일 서울 법무법인 율촌 세미나실에서는 써드에이지의 주최로 ‘2026 글로벌 시니어트렌드’ 행사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선 북미·유럽의 제론테크 연구 흐름, 중국의 돌봄기술 확산, 일본의 시니어 주거 모델이 차례로 소개됐다.
행사의 첫 화두로 박영란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 학과 교수가 선택한 주제는 기술이었다.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를 다녀온 박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기술 논의가 이제 성능 경쟁을 넘어 제도화와 현장 적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학회에서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소셜 로봇, 치매 기술, 디지털 포용, 윤리, 스마트홈, 원격 모니터링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돌봄과 건강, 치매, 일상생활 지원 같은 구체적 문제를 어떻게 사람 중심으로 설계할 것인가가 더 큰 과제로 다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특히 강조한 것은 ‘코디자인’이었다. 기술을 만드는 연구자와 기업만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고령자 당사자가 처음부터 함께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기술이 “노인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추정 위에서 개발됐지만 정작 현장에 정착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결국 기술의 성패는 정교함보다 수용성과 전달체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의 고령산업 현장을 보여줬다. 그는 자율주행차, AI 에이전트, 정서 로봇, 재활 보조 로봇 등을 예로 들며 “기술 수준은 미국이 앞선다 평가할 수 있어도, 생활 속 확산 속도는 중국이 훨씬 빠르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산업 전반의 폭풍의 눈인 AI와 관련해선, “중국의 AI 서비스는 단순 대화형을 넘어 진료 예약, 온라인 문진, 약 구매, 건강보험 결제까지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중국의 소형 돌봄 로봇을 선보이며, “단순 장난감이 아니라 생활 속 상호작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매개”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정서·반려 로봇이 아이부터 노인까지 폭넓게 확산하고 있고, 재활 보조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발표에서 김정근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일본 시니어 주거 모델을 통해 ‘나답게 늙는 집’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된 저서 ‘일본을 보며 생각하는 나답게 늙어갈 수 있는 집’과 일본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노인의 주거를 단순히 안전을 보장하는 보호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지속되는 ‘생활의 연속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년기에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면서 우리는 독립적 자아에서 의존적 자아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존재해 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거는 단순한 돌봄 제공의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역할, 관계, 일상, 그리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노인 주거는 ‘안전’과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을 표준화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노년을 “무언가를 상실하는 시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방식과 취향이 더욱 선명해지는 시기”로 재해석했다. 따라서 주거 역시 위험을 최소화하는 공간을 넘어, 개인의 선택과 자율을 지지하며 ‘나다움’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에 기술과 돌봄, 주거를 따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기술, 관리의 공간이 아니라 나다움을 지키는 집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앞으로 시니어 산업과 복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