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사진작가의 길거리 시니어 패션 연재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의 일부를 옮겨 싣는다. 첫 번째 주제는 손이다.
1 내게 손은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다. 삶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기 때문이다. 손을 찍은 사진을 보면 인생이 느껴진다. 나이테와 같은 주름살과 결혼반지가 어우러진 친할머니의 손은 할아버지와의 사랑과 추억을 증명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반지를 끼고 다닌다. 그런 할머니의 손을 보면서, 언젠가 내 손에 새겨질 삶의 나이테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된다.
2 각얼음을 연상시키는 액세서리로 무장한 아버님의 손.
3 삼천포에서 미용실을 하는 어머님의 손. 어머님의 머리는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의 모든 색상으로 염색을 해보시고는 뻔한 색이 재미없어 핑크색으로 염색했다고 말했다.
4 성북동 새이용원 이덕훈 이발사의 손. 그는 19세부터 이발사인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이발 기술을 배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이발사다. 누구보다 멋진 손에 염색약이 묻어 있다.
5눈에 띄는 지팡이를 지닌 아버님. 연락처를 ‘스핑크스 아버님’으로 저장해뒀다.
6 ‘디올 어머님’. 별칭은 처음 뵈었을 때 ‘디올’(Dior)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계신 데에서 착안했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분이다. 그의 당당한 모습이 내 눈에는 코코 샤넬(패션 브랜드 ‘메종 샤넬’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