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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일상생활 돕는 유니버설디자인이란?

기사입력 2022-06-07 08:25

손잡이 등 안전 우선… 시력과 색상 인지력 낮은 노인 배려

시청각을 비롯한 오감의 쇠퇴, 기억력 감퇴나 근력 감소, 민첩성 저하 등. 노화로 인해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곤 한다. 계단 오르기, 작은 글씨로 된 안내문 읽기 등 나이 들기 전과는 달리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이 있다.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 문화적 배경 등에 구애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생활 속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로는 벽과 바닥, 위생기기의 색을 다르게 적용한 화장실이 있다. 노화로 인해 시야가 흐린 노인의 경우 색상이 구분되지 않으면 변기에 부딪힐 위험이 있지만, 색상으로 벽과 바닥을 구분하면 시야가 흐린 노인들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고령자 인구는 총 153만 4957명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령자 인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건축계획단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물을 신축‧증개축 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했다. 이에 서울시 내 경로당이나 치매전담시설 등 최근 지어진 노인 복지시설에는 노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적용된 시설의 모습.(서울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적용된 시설의 모습.(서울시)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개발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그 중 하나다. 치매 노인의 신체‧정신‧사회적 특성을 맞춤형으로 고려한 이 디자인은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 개발에는 노인요양센터 종사자와 보호자, 치매 관련 의료계‧학계 전문가와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기존 요양시설보다 더 넓은 1인 생활공간과 공동거실, 전문 요양인력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공용공간(공동거실 등), 개인공간(생활실), 옥외공간 등 치매전담실 내 모든 공간을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한 것이다. 병원이나 시설 같은 느낌은 최소화하되, 거주하는 어르신들끼리 즐겁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분리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2곳에 적용됐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이를 적용하고, 디자인 가이드북을 공개해 민간 영역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필동경로당의 공사 후 입구의 모습.(중구)
▲필동경로당의 공사 후 입구의 모습.(중구)
서울시 중구는 노인복지시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시설 개선에 나섰다. 지역내 구립경로당 23곳 중 노후 정도와 이용 인원 등을 고려해, 가장 시급한 곳부터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로당 이용자 워크숍, 주민설명회 등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유니버설디자인 설계를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장충경로당, 12월에는 필동경로당과 다산동 충현경로당이 새단장을 마쳤다.

필동경로당과 충현경로당의 경우,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후화된 내외부 시설을 손봤다. 우선 입구에는 경사로와 안전손잡이를 설치해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타고도 경로당을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악천후를 대비해 현관에 캐노피(덮개)를 설치하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복도와 계단에는 픽토그램을 활용한 안내판을 부착했다. 또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계단에는 안전손잡이와 미끄럼방지패드가 붙었다. 가장 노후화된 공간이던 화장실은 출입문부터 세면대, 변기 등 내부시설을 모두 교체하고, 위급상황 발생을 대비해 비상벨을 설치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홍성군 노인복지시설 차량.(삼화페인트)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홍성군 노인복지시설 차량.(삼화페인트)
삼화페인트는 한국컬러유니버셜디자인협회와 함께 2015년 국내 도료업계 최초로 노인복지시설을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를 완성했다. 복지시설의 공간을 복도, 침실, 휴게실, 식당 등 목적에 따라 10개로 분류하고, 시각이 약한 고령층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으로 활용할 수 있는 652가지 색과 사인물 사용기준을 담았다. 제품, 건축,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나 색각을 가진 사람을 배려해 시설이나 건설 현장에서 활용해 노인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까지 챙기기 위함이다.

가이드는 홍성군의 여러 노인복지시설에 적용됐다. 고령층 시력, 색상 인지 능력에 맞춰 홍성노인복지관, 홍성유일노인요양원, 사회복지재단 청로회의 복지차량이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고령자들이 선호하며 눈에 잘 띄는 분홍색을 차량에 적용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식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다양한 생애주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모두가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필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단편적인 디자인이 아닌, 공존을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이 더 많이, 더 널리 쓰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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