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스마트한 약 사용법] 진시황 프로젝트 속 나만의 기준 찾기

건강기능식품 전성시대다. 홈쇼핑과 유튜브, 인스타그램만 열어도 각종 영양제 광고가 쏟아진다. 건강과 젊음을 약속하는 제품들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여는 시니어가 많아진 지금, 자신에게 맞는 영양제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장수 시대와 맞물려 안티에이징 열풍이 거세다. 특히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중국 진나라 황제 ‘진시황’을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현대판 진시황 프로젝트’가 SNS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제품 광고를 보다 보면, 그들처럼 피부와 모발에 탄력이 생기고 젊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마저 든다.
문제는 과장 광고와 무분별한 복용이다. 고가의 영양제를 여러 개 구매했지만 기대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존에 복용 중인 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약과 충돌해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윤유현·최진혜 약사와 함께 시니어 세대가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꼭 알아야 할 기준과 올바른 복용법을 짚어봤다.

‘먹는 알부민’ 열풍의 진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먹는 알부민’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알부민은 혈액 속 단백질 성분으로, 혈관 내 삼투압을 유지하고 각종 영양분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간경변이나 영양 결핍 환자, 중증 환자 등에게 주사 형태로 투여되기도 한다.
각종 미디어와 온라인 광고에서는 중장년층 기력 저하의 원인이 체내 알부민 부족이며, ‘먹는 알부민’만 섭취하면 간 건강과 체력이 쉽게 개선될 수 있는 것처럼 홍보가 이어졌다. 일부 광고에서는 만병통치약처럼 묘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알부민 자체의 효능과 ‘먹는 알부민’ 제품의 효과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진혜 약사는 “먹는 알부민은 그대로 혈액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위와 장에서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된다”고 설명하며, “쉽게 말해 고급 나무 탁자를 샀는데 알고 보니 잘게 쪼개진 나무 재료였던 셈”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먹는 알부민은 역할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 사실상 고가의 단백질 음료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유현 약사 역시 “일부 광고에서는 알부민이라는 성분 자체에 대한 정보를 마치 제품의 효능인 것처럼 교묘하게 연결한다”며 “경구 섭취만으로도 주사와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윤 약사는 최근 늘고 있는 AI 기반 허위 광고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에는 흰 가운을 입은 배우를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AI로 생성한 가상의 의사·약사가 직접 제품을 추천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가 진짜 전문가와 구별하기 어려워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상 데이터 일부만 발췌해 강조하거나 특정 성분 함량만 크게 노출한 뒤 실제 함량은 숨기는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허위 광고, 무엇을 봐야 하나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볼 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으로 ‘과장된 표현’을 꼽는다. 광고 내용 일부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만, 효과를 과장해 소비자의 기대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최진혜 약사는 “기본적으로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보는 ‘광고’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약사는 무엇보다 ‘치료’, ‘완치’ 같은 표현을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은 ‘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없고,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적 수단이자 선택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제품 개발자 이력을 보고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의사·약사가 개발’,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인정’ 등의 문구가 붙으면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최진혜 약사는 “‘의사·약사가 개발했다’는 말은 의료 전문가가 제품 기획이나 자문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품 자체의 효과가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전문가의 권위를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약사는 ‘식약처 인정’ 표현에 관해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지 않으면 건강기능식품은 시장에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유현 약사 역시 “제품 자체보다 특정 기능성 원료를 인정했다는 의미인 경우가 많다”면서 “정작 해당 원료가 일일 권장섭취량에 못 미치는 수준만 들어 있는 제품도 있다”고 짚었다.
허위 광고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으로 두 약사는 광고에서 강조하는 문구가 아닌 제품의 라벨을 자세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약사는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 로고 유무와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약사는 “성분명과 함량, 실제 기능성 원료의 양이 중요하다”며 “문구가 화려할수록 성분표를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몸에 좋다’는 말만 믿었다간
시니어 세대가 특히 영양제 복용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다제약물 복용’ 문제와 연결된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건강기능식품과의 상호작용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영양제를 ‘몸에 좋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함께 섭취했다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당뇨약(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계열)을 복용 중인 사람이 여주·바나바잎·홍삼 등의 영양제를 함께 섭취할 경우 혈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지혈증약(스타틴)을 복용하는 경우는 코엔자임Q10이 고갈되기 쉬워 보충이 권장되는 반면, 홍국(붉은누룩)은 스타틴과 동일한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어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고혈압약은 약 계열에 따라 피해야 할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윤유현 약사는 이 같은 약과 영양제의 상호작용에 관해 설명하며 “시니어가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천연 성분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약사에게 빠짐없이 알리고, 그에 맞춰 영양제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약사는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이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개념이 아니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이나 영양제에만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라는 설명이다.
최 약사는 자신에게 맞는 건강 정보를 꾸준히 상담할 수 있는 ‘동네 단골 약사’를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또한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수면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숙면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이 만성질환과 면역력, 정신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약사는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고, 단백질·채소·통곡물 중심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 강력하다”면서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생활 습관에 더하는 ‘플러스알파’에 가깝다. 운동 부족과 불균형한 식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건강한 사람은 약을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생활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올여름 젊음과 건강을 약 한 알에 기대기보다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 습관부터 돌아볼 때다.

도움말) 윤유현 약사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SNS에서 ‘알파카약사’로 활동하고 있다. 쉽고 실용적인 건강 정보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약사계의 스타 강사’로 불린다. SBS ‘생활의 달인’에 ‘약사 달인’으로 출연했으며, 현재 경기도 구리시 갈매도움온누리약국을 운영 중이다.도움말) 최진혜 약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및 보건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부천시 늘픔온누리약국 대표 약사로 활동하며 부천시약사회 총무위원장을 맡고 있다. 누구에게나 건강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늘픔약사회’ 활동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약지도, 건강관리, 무료 투약 봉사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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