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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훈장이던 ‘다주택’ 이제는 ‘세금의 덫’인가?

입력 2026-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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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노트]

지금의 시니어들이 젊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집 두 채는 남다른 성실함의 증거요, 세 채는 노후 보장의 상징이었다. 평생을 성실하게 일하며 번 돈으로 집을 늘려온 시니어들에게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을 넘어, 은퇴 후 삶을 지탱해줄 든든한 ‘연금’과 같았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 든든했던 훈장이 감당하기 힘든 ‘징벌적 세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현 정부의 정책기조 아래 다주택자에게 부여되는 각종 페널티는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먼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시니어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을 들여다보자.


사례 1 “연금보다 건강보험료와 종부세가 더 무서워요”

김성철(72, 가명) 씨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와 지방에 작은 임대용 빌라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 시절 노후자금 대용으로 마련해둔 자산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김 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민연금과 약간의 임대수익으로 생활하는 그에게 강화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는 폭탄이 떨어진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라면 받았을 고령자 및 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 대상에서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전면 배제’되면서, 그는 1주택자보다 몇 배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여기에 임대수입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 매달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례 2 “팔고 싶어도 세금 떼면 남는 게 없으니… 진퇴양난”

박영희(68, 가명) 씨는 자녀들의 결혼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보유 중인 아파트 한 채를 정리하려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들은 세금 계산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다주택 중과 한시적 유예가 종료되는 올해 5월 9일 이후에 팔면, 양도세 최고세율이 지방소득세 포함 무려 82.5%에 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보유기간 동안 10억 원의 시세 차익이 나도 세금으로 8억 원 가까이 떼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2억 원 남짓이다. 그동안 냈던 재산세와 종부세, 유지보수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결론이다. 퇴로가 막힌 박 씨는 결국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매물을 거둬들였다.


다주택자가 직면한 5대 페널티

2026년 현재 다주택자가 짊어져야 할 짐은 취득-보유-양도-대출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 이를 상세히 분석하면 왜 시니어들이 고통받는지 알 수 있다.

첫째, 취득 시 진입장벽이 된 취득세다. 새로운 투자나 자산 재구성을 시도하려 해도 취득세가 발목을 잡는다.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추가 매수를 할 경우 취득세율은 8%에 달하며, 3주택자는 12%까지 치솟는다. 이는 자산가치의 10% 이상을 정부에 ‘입장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법인의 경우 주택 수와 상관없이 12%를 적용해 과거처럼 법인을 활용한 절세 전략도 무력화됐다.

둘째, 보유 시 뼈아픈 ‘공제 차별’이다. 치명적인 부분은 종합부동산세다. 1주택자는 12억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지만, 다주택자는 9억 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세액공제의 차별이다. 고령자나 장기보유자에게 최대 80%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이 다주택자에게는 단 1%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평생 집을 지켜온 고령층의 자산 특성을 무시한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벌받는 구조”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셋째, 양도 시 퇴로를 막는 양도세 중과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주택 중과 한시적 유예’의 종료일이다. 5월 9일까지는 보유 2년 이상 시 일반세율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지옥문이 열린다. 양도소득세는 ‘이익에 대한 수수료’라고 보면 된다. 집을 팔아서 돈을 벌면 그 이익의 일부를 나라에 내라는 의미다. 이익의 일부를 내는데 1주택자는 기본세금, 2주택자는 기본세금+20%, 3주택자 이상은 기본세금+30%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30%p를 가산해 최고 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82.5%라는 가공할 만한 수치가 나온다. 사실상 ‘국가와 8:2로 수익을 나누는 꼴’이다. 다주택자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마저 0%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매도 실익은 급격히 낮아진다.

넷째, 대출 시 유동성을 마비시키는 대출 규제다. 시니어는 미래 소득이 불분명해 자산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에셋 리치, 캐시 푸어(Asset Rich, Cash Poor)’인 경우가 많다. 급전이 필요해도 다주택자에게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LTV(담보인정비율)가 0%다. 부동산 추가 구매는커녕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조차 엄격하게 제한하며,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불가능하다. 자산에 묶인 돈을 꺼내 쓸 방법이 원천 봉쇄된 셈이다.

다섯째, 간주임대료와 건강보험료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기준시가 합산액이 12억 원을 초과할 경우, 보증금에도 ‘간주임대료’를 계산해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는 건강보험료 체계와 연계, 피부양자 탈락 및 보험료 인상이라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은퇴자에게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건강보험료는 세금 그 이상의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픽 유영현 기자)
(그래픽 유영현 기자)


오피스텔에 관한 시니어의 오해와 진실

많은 시니어가 아파트 한두 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추가로 매수한다. 이때 분양 대행사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안 들어가니 걱정 말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한 ‘반쪽짜리 진실’이다.

오피스텔은 어떤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 주택인지 아닌지가 수시로 바뀌는데, 시니어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은 세 가지다.


① 취득세 : 살 때는 상가, 사고 나면 주택?

오피스텔을 처음 살 때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4.6%의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아파트로 3주택자가 12%의 취득세를 내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해 보이지만, 함정은 그다음에 있다. 먼저 구매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다음에 아파트를 살 때 그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포함돼 아파트 취득세가 중과될 수 있다. 단, 2020년 8월 12일 이전 취득분이나 시가표준액 1억 원 이하 오피스텔은 취득세 계산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예외 조항이 있다.


② 보유세(종부세) : 전입신고 한 번에 세금이 껑충?

재산세가 ‘주택’으로 부과되고 있거나, 임차인이 전입신고해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이 된다. 특히 시니어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앞서 언급한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 배제’다. 오피스텔 한 채 때문에 다주택자로 분류되는 순간, 수십 년 보유한 아파트의 세금 공제 80%가 날아가 버린다는 점을 잊지 말자.


③ 양도세 : 실질과세의 원칙, 피할 곳이 없다

양도소득세는 오피스텔을 ‘실제 어떻게 썼느냐’가 핵심이다. 공부상 업무시설이라도 침대와 취사시설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다면 주택이다. 국세청은 전입신고 기록, 전기 및 수도 사용량,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통해 실거주 여부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아파트를 팔기 전 오피스텔의 용도를 확실히 정리하지 않으면 ‘다주택 중과세’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이제 시니어들은 자신의 자산 목록을 펼쳐놓고, 각 자산이 세법상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아파트 한두 채에 오피스텔이 섞여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이 노후의 든든한 월세 주머니인지, 아니면 다른 귀한 자산을 잡아먹는 세금의 덫인지 확인하기 바란다.


노후의 자산 운용과 부동산 관리 전략

이처럼 사면초가 상황에서 다주택자 시니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버티기가 능사가 아닌 시점이다. 전략적인 자산 재편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똘똘한 한 채’로 슬림화하고 증여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 올해 5월 9일, 양도세 유예 종료 시점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 전에 또는 이후라도 빠르게 차익이 적거나 미래 가치가 낮은 물건부터 정리해 주택 수를 줄여야 한다. 매도가 어렵다면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증여세가 부담될 수 있지만, 향후 발생할 막대한 양도세와 매년 반복되는 종부세 부담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이득일 수 있다. 특히 ‘세대 생략 증여’ 등을 통해 손주에게 직접 자산을 이전함으로써 상속세를 줄이는 전략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음으로는 수익형 부동산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주택에만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세금 규제 직격탄을 맞는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상가, 꼬마빌딩, 혹은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자산으로의 교체 매매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철저한 입지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 주택을 향한 징벌적 과세를 피하면서 노후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주택연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거주 중인 주택의 가치가 높다면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제도로, 다주택자라도 합산 가액이 일정 기준 이하 또는 일정 기간 내 처분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연금 가입 주택은 재산세 감면 혜택 등이 존재하니, 이를 통해 종부세 부담은 줄이면서 생활비를 확보하는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지금의 다주택자 정책은 ‘가진 자’의 분배 논리를 넘어, 자산의 효율적 운용을 강제하는 수준에 와 있다. 평생 일궈온 소중한 자산이 세금으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변화된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은 변동이 잦으니, 수시로 내용을 확인하고 투자나 운용을 결정해야 한다.

시니어에게 부동산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인생의 궤적이다. 그 궤적이 고통스러운 짐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냉철하게 자산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과도한 욕심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세금 리스크 최소화’를 우선순위에 둔다면, 척박한 정책 환경 속에서도 품격 있는 노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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