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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봐야 할 영화 '말모이’

기사입력 2019-01-17 17:24

대학 동창 삼총사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 새해 초에 한 번 만났는데 또 급히 모인 건 오늘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영화 관람을 하는데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개봉하는 날 보자고 약속했다. 제목은 ‘말모이’. 언뜻 들으면 말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우리말을 모아놓은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다.

▲영화 '말모이'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더 램프 제공)
▲영화 '말모이'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더 램프 제공)

오랜만에 명동 CGV를 찾았다. 오전이고 평일이어선지 관객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우대권을 샀다. 우대권으로 50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우대권이 없을 때는 조조 영화를 봤다. 아침 일찍 서두르던 때를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부지런했던 그때가 더 좋았나? 반문해보기도 한다. 어쨌든 나이 들어 대우받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자며 또 웃었다.

항상 선호하는 자리를 선택하고 앉았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다. 화면의 극장 간판에 여배우 최은희의 모습이 반갑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아 그 시절은 잘 모르지만, 최은희는 그때부터 영화배우로 활동을 했나보다. 영화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빼앗으려고 말과 글을 없애려 했음에도 의인들이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험난한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윤계상의 선 굵은 연기도 좋았고 유해진의 넉살스러운 연기와 출연진 모두의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나는 친구들 몰래 몇 번이나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친일하는 아버지를 둔 부잣집 도련님이 그냥 편하게 살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고 남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마조마하고 애타도록 했다. 뜻을 같이한 이들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에 정보를 넘기며 동지를 배반하는 사람도 있고 안타까운 죽음도 있다.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팔도 각 사투리를 쓰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울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말 사전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대박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같이 영화를 본 수녀님도 이 영화는 중고등 학생에게 꼭 보여줘야 할 영화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어린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라는 생각에 공감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전교생이 단체로 대한극장이나 중앙극장으로 명화를 보러 가곤 했다. 그때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게 하면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애쓴 역사도 알 수 있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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