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람들은 요즘 조심스럽다. ‘이러다 정말 통일이 되려나?’ 싶다가도 그간의 사건들을 생각하면 다시금 낙관을 거두게 되는 신중한 입장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이미 ‘작은 통일’이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심지어 그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긴 시간에 걸쳐 있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여정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젊은 날을 다 바쳐서 안산에서 ‘작은 통일’, 혹은 ‘미리 온 통일’을 경험하고 있는 마석훈 저자는 탈북아동생활공동체 ‘우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안의 북조선 아이들은 이방인이면서도 미래 한국을 말하기 위해서 반드시 짚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는 삶이야말로 통일의 전초 현상이자 미리 경험하는 통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마석훈 저자는 여기서 ‘미리 온 통일’에 대한 ‘몸으로 쓴 글’이자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성장담들을 보여준다. 또한 현장에 있는 사람답게 철저하게 현실적인 시선에서 다른 체제의 사람들이 겪게 될 상황과 감정, 사건과 차이들이 너무 서럽고 답답해서 울음처럼 터져 나올 때 절로 서술했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깜냥도 안 되면서 시작한” 일이지만, 함께 시작했던 많은 이들이 떠나는 동안 점차 홀로 남아 지킨 그 시간이 어느새 20년째에 도달했다.
북조선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리한 위치는 그 어딘가에 불안하게 위치한 모양새이고 이들은 지나치게 주목받으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무시당하고 외면되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바로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감정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동시에 이념 전쟁의 틀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굉장히 복잡하게 수용되고 해석되며 이용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책을 통해 세파에 뭉툭하게 다듬어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작은 통일'의 시선을 새로이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필요한책 펴냄. 296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