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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최고의 행복이다

기사입력 2017-09-22 18:14

하나뿐인 아들이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오고 직장생활 몇 년째인 서른 살 때였다. 안도감이 컸던 이유는 필자가 결혼적령기를 넘긴 27세까지 시집을 가지 못해 친정엄마가 엄청난 걱정을 하셨던 게 생각나서였다.

그 당시엔 여자가 27세까지 시집을 못 간 건 창피한 일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어 27세 되던 해엔 엄마의 한숨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려왔다. 27세를 넘기기 직전인 12월에 중매를 통해 결혼이 결정되자 안심하던 엄마의 웃는 모습이 지금도 애틋하게 기억난다.

아들이 연애를 하는 것도 못 봤고 여자 친구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그 옛날 엄마가 시집 안 가는 딸(필자)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요즘은 결혼적령기가 따로 없어서 아주 늦은 나이에도 인연을 만나 잘 사는 부부가 많으니 결혼이 늦는다고 그리 큰 걱정들은 하지 않는다. 또한 매우 귀하게 기른 딸이 아까워서 시집보내기를 망설이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결혼하고도 속 썩을 일 있으면 그냥 이혼하고 돌아오라고까지 한다니 아들 가진 엄마 입장에서는 좋은 며느리 찾는 결혼 문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세태에 순둥이 우리 아들이 결혼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필자는 전형적인 중매결혼을 했다. 전문 중매 아주머니의 소개로 양가가 만나 선을 보고 결혼을 결정했다. 아들이 나이 들어가자 필자도 중매를 통해야 할지 어떨지 고민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좋아하는 아가씨를 소개한다 하니 천만다행이었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아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처음 본 우리 며느리는 참으로 단아하고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연애 한 번 못해본 것 같은 아들이 어디서 이런 아가씨를 만났는지 흐뭇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직장 선배의 소개로 사귀었다고 한다. 둘을 같이 앉혀놓고 보니 얼굴도 눈도 코도 동글동글한 게 서로 닮았다.

결혼적령기를 지나도 결혼하지 못한 딸을 두었던 우리 친정엄마의 노심초사와 필자가 나서지 않고도 사랑스러운 짝을 찾아 필자를 안심시킨 아들이 비교되며 엄마께는 미안하고 아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흡족한 마음에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부터 결혼시킬 일이 걱정되었다. 필자가 결혼할 땐 모든 것을 어른들이 알아서 해주셨으니 아들 결혼에 필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가구와 전자제품 등 혼수를 장만하시며 즐거워하시던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나이가 찼는데도 결혼하지 않는 딸을 시집보내게 되어서 정말 기쁘셨던 것이다. 시댁에서 준비해주신 패물이 엄청났다. 보석으로 7세트를 받았다. 목걸이가 주렁주렁 걸리고 반지와 귀걸이 팔찌 브로치 등이 7개씩 진열된 커다란 보석함을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며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렇게 남에게 보이는 걸 중요시했던 필자의 결혼이었다.

우리 며느리에게 그렇게까지는 해줄 수 없어 미안하지만, 성의껏 준비하겠다고 하자 아들이 요즘은 모든 걸 당사자끼리 알아서 한다며 엄마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일사천리로 웨딩업체를 정하고 반지도 저희끼리 맞추고 예단도 저희끼리 준비했다. 양가 어머니의 한복도 어느 날 몇 시에 청담동 한복집에 가서 맞추시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시어머니가 될 필자는 너무 할 일이 없었다. 필자는 철없이 어른이 해주시는 대로 받기만 했는데 아들은 며느리와 의논해 모든 일을 어른스럽게 결정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을 많이 썼던 필자와 달리 실속 있게 알찬 결혼을 한 아들은 알콩달콩 예쁜 손녀손자를 필자에게 안겨주며 잘 살고 있다. 그 모습에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보다는 평범함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며 아들네가 항상 건강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이 세상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중매를 통해 어렵게 결혼했던 필자보다 연애로 멋진 결혼을 한 아들이 더욱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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