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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전령사’ 매미의 세레나데

기사입력 2017-08-28 09:59

아침에 잠에서 깼는데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뭐지? 생각해 보니 그동안 눈만 뜨면 여기저기서 지천으로 들렸던 매미의 노랫소리가 뚝 끊겨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집은 북한산 자락에 있어 매년 여름이면 시끄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미가 노래를 했다.

이웃집 할머니께선 "아이구, 시끄럽다."고 불평도 하시지만, 필자는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매미 소리가 참 반갑고 듣기에 좋았다.

아직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는데 오늘 그 많던 매미가 다 어디 가고 노랫소리가 이렇게 한꺼번에 사라졌단 말인가? 매우 서운함이 느껴진다.

여름 내내 가깝고 먼 곳에서 합창하는 매미 소리를 매우 좋아했다.

올해도 필자는 필자만을 위한 매미의 세레나데를 즐겼다.

어느 날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바로 필자 귓가에 앉은 듯 온 집안을 울리는 커다란 매미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스테레오로 웅장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깜짝 놀랄 만큼 컸는데 베란다 문을 보니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 소리를 내고 있다.

단지 딱 한 마리일 뿐인데 작은 우리 집이 쾅쾅 울리고 있다.

멀리서 들리던 것과 다르게 귓전에서 울리는 우렁찬 매미 소리에 필자는 즐거워졌다.

다가가면 날아갈까 봐 조용히 의자를 끌어당겨 사이를 두고 마주 앉았다.

매미는 필자가 보이지 않는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건 꼭 필자만을 위한 세레나데인 것 같아 자꾸만 미소가 떠오르고 기분이 좋아졌다.

가깝고 먼 나무와 숲에서 들리던 소리와 또 다른 기쁨을 매미가 선사해주었다.

꽤 오랜 시간을 지치지도 않고 "맴맴~" 노래하다가 필자의 기척에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에이, 좀 더 조용히 있을 걸 후회가 되어 베란다 문을 열고 날아간 매미 쪽을 내다보았다.

이렇게 우리 집 방충망에 날아와 필자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간 매미가 고마웠고 다시 와주기를 바랐다.

매미의 노랫소리에는 어떤 규칙 같은 게 있었다. 대체로 '맴맴맴'하고 여섯 번을 울고는 '매에에엠'으로 마무리를 했다.

여러 번 귀 기울여 듣다 보니 일정한 패턴으로 소리를 내고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의 일생에 관한 글을 읽고는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미로 태어나기까지 7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어왔다.

수컷 매미가 목청껏 울어 짝짓기에 성공하면 매미의 알은 나무줄기 속에 있다가 다음 해 6~7월에 유충이 되고 땅속으로 들어가 7년 정도 변태를 거듭하며 굼벵이로 지내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긴 세월 굼벵이로 잘 버틴 후 땅에서 나와 매미가 되어 노래를 부르게 되지만 결국 7~20일만을 살고 짝짓기를 한 후 생을 마감한다는 비운의 곤충이다.

우리가 여름마다 듣는 매미 소리를 내기 위해 한평생 준비하고 반짝 빛나는 시간을 가진다니 안타깝다.

이제 노래를 멈춘 매미를 아쉬워하며 매미의 노랫소리 하나에도 기뻤던 필자의 감수성이 아직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음이 감사하다.

올여름엔 이제 매미의 노랫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서운하지만, 열심히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며 아름다운 도약을 할 날을 기다리는 매미의 다음을 기다리기로 한다.

필자만을 위한 세레나데를 불러준 매미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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