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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대소동

기사입력 2017-07-07 09:50

꼽아보니 횟수로 벌써 5년 차다. 필자가 K사의 SNS 계정에 가입한 날은 지난 2012년 4월 25일이었다. 그곳은 고교 동창이 친구맺기(요즘 말로 선팔)하자며 보내온 톡에서 처음 접한 ‘신세계’였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며 혹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여태 몰랐어?” 하고 물었던 친구의 SNS 계정엔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한 중년의 프로필 사진은 물론 필자가 청춘을 보냈던 부산의 고향 풍경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 잘 찍지 못한 일상의 평범한 일명 ‘뽀샵’ 사진들과 간단한 메시지가 대부분이었지만 필자를 30여 년 전 시간여행자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필 받은 김에 즉시 회원가입을 했다. 그런데 가입 절차를 마친 뒤 한참 고민스러웠다. “도대체 뭘 올려야 하지?”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던 탓도 있지만 평소 주위에 뭘 알리며 자랑 같은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고민 끝에 ‘귀요미’ 두 아들의 사진을 첫 번째로 올렸다. 베개 하나를 놓고선 둘이 붙어서 잠자는 모습이라니. 늦은 밤 퇴근한 아빠의 눈에 들어온 두 아들의 모습은 참으로 흐뭇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에야 각자의 방에서 자고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해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옛 모습이 되고야 말았지만.

소소한 일상에 여행이나 산행 다녀온 후기 등으로 SNS에 한참 빠져 살던 어느 날, 동네 미용실로 밤마실을 갔다. 두 녀석들 머리 자르는데 산책삼아 함께 다녀오라는 마님의 ‘협박’도 있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나선 길이었다. 잠시 후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 감히 짐작도 못하고 말이다.

“아버님, 오늘 처음 오셨죠?”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솔 톤 목소리로 오버하며 맞이하는 원장님 목소리에 미용실 안에 있던 여자들이 모두 필자를 쳐다봤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러곤 막무가내로 ‘훅’ 밀고 들어오셨다. 두 아들은 직원에게 맡기더니 잘해드리겠다며 미용할 생각도 없던 필자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건조하다며 뭔가 척 바르더니 꾹꾹 누른 뒤 두피 스케일링이라나 뭐라나 뭔가를 머리에 씌우고선 한참 후끈후끈하게 해준다. 또 이건 특별 ‘싸비스’라 다음번엔 공짜가 아니라며 묻기도 전에 선수를 치신다.

그런데 제법 시원했다. 처음엔 좀 부담스럽더니 어차피 내맡긴 머리, 비슷한 가격에 새삼 스타일도 살아나면 내심 이참에 내 단골집도 바꿀 수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 순간, 또 뜻밖의 제안을 하는 원장님!

“안경을 벗고 있어 잘 안 보일 테니 머리하는 모습, 인증 샷 삼아 한 장 찍죠?” 한다. 무심코 “예” 하고 말았다.

사단이 난 건 바로 그날 밤이다. “버섯돌이??(부산 사는 중학교 친구), 삼촌 완전 웃겨… 나 완전 때굴때굴 거실 바닥을 구르고 있어~~ 때굴때굴...쿵(수원 조카), 파마로 급선회함 해보지(동탄 친구), 인생 즐기다 가는 겨,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야 안 되겠나?(초등학교 친구), 목에 두른 꽃분홍 수건도 한몫하네(양산 친구), ㅍㅎㅎ 상태야, 예쁜 상태!(고교 친구), 예쁜 파마 했나, 후기 올려라(대학 친구), 피부도 좋으세요(직장 후배),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같다, 나도 관리 좀 해야겠네.”

왜? 무엇 때문에?

밤중에 쏟아진 뜨거운 반응, 급기야 견자단(홍콩 액션배우) 닮았다는 반응까지… 평소 잠잠하던 필자의 SNS에 불이 난 이유는 미용실 원장님이 찍어준 그 사진을 ‘나만 보기’가 아니라 전체 공개로 잘못 올린 탓이었다.

“안 그래도 요리조리 셀까 찍는 거 좀 못마땅했는데 애도 아니고 아닌 밤중에 이게 뭔 주책이냐고!”

평소 안 긁던 마님의 바가지란 바가지는 그날 한참이나 이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이 무모한 주책없음은!

어쩌면 특별할 거 없는 필자의 SNS 계정에 꾸준히 찾아와주는 팬들을 위해 뭔가 ‘꺼리’가 필요하겠다는 나름의 현실 직시 내지는 봉사정신으로 작심하고 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동은 며칠 동안 이어졌다.그 와중에 정말 내 편이 따로 있구나! 했던 것은 “아빠 대박! 꽃향기가 나네요, 향기 나는 아빠 ㅋ”라며 엄지 ‘척’ 해준 사춘기 큰아들의 반응이었다. 사진 속 꽃병에 담겨져 있던 꽃을 아빠와 ‘콜라보’시켜준 녀석의 기특한 해석력이라니!

“아들아! 우리 정말 잘해보자구~”

마님의 증언에 의하면 이 말은 아들 녀석 탯줄 자를 때 필자가 감격에 겨운 나머지 했던 말이라나 뭐라나. 이 한 몸 망가져 여러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야, 또 뜻대로 되지 않는 우리네 삶, 한 번쯤 아무 생각 없이 웃어볼 필요도 있지 않나?

“그래~ 오늘 주인공은 당근 내다, 맞제? 꽃보다 남자! 바로 이런 기 그기다 안 그렇나, 함 웃자!”  

800회를 목전에 두고 여러 날 쉬고 있는 SNS 계정도 아쉽지만 이젠 접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헤어진 친구도 만나게 해주었고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주며 웃고 울게 만들었지만 요즘 요상스러운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참, 그날 이후 혼자 방 안에서 ‘킥킥거리던’ 마님, 주책없다며 잔소리할 땐 언제고 여태 몰래 꺼내보남?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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