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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학, 소울 넘버 정말 있을까?

기사입력 2017-04-10 16:27

수비학(數祕學, numerology)이란 특정 숫자가 일련의 사건과 겹치는 현상에 대해 연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신이기는 하지만, 기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숫자풀이에 소름이 끼칠 때도 있다. 서양에서 자주 화두에 오르는 13일의 금요일도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타당성을 부여하는 사람이 있다.

작년에 한 고인의 회고록을 쓰다가 고인이 평소에 숫자 3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을 고인은 희한하게도 3이라는 숫자가 어떤 것을 예시한다며 신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삼익’으로 정했고 3명의 사람이 모이면 삼총사라 하고 다른 사람이 추가되는 것을 끊었다. 단체 여행도 33명 정원을 고집하는가 하면 정원 하단석도 33개를 깔았다. 어린 시절의 고향 집이 333평이었고 겨울철 방에 두던 화로의 다리가 세 개인 것을 보며 ‘3’이라는 숫자에 유난히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단다.

숫자 ‘3’은 정반합의 개념에서 일리가 있긴 하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변증법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역사나 정신 같은 모든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가는 변증법적 전개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하나의 주장인 정(正)에 다른 주장인 반(反)이 나오고, 여기에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合)이 나와 통합되고 발전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변증법의 기본 전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지속적인 반복과 끊임없는 모순의 생성과 지양을 통해 변화 발전한다는 창조적 발전의 논리다.

오래전 미국에 갔을 때 당시 로또 1등 금액이 이월되어 사상 최고의 금액이 되었다며 사람들이 흥분했다. 우리는 여행객이었지만, 재미 삼아 해보자며 로또 용지를 집어든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숫자는 대부분 1~9까지였는데 로또 용지는 45번까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은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7, 17, 27, 37까지 7이 들어가는 숫자는 다 동원했는데도 6개 숫자를 채우려면 여전히 2개의 숫자가 모자랐다. 한 장에 6개의 숫자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데 숫자 7을 이미 다 써먹었으니 그다음에 고를 숫자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4’를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며 싫어하고, 심지어 엘리베이터 4층은 'Four'의 앞 자인 ‘F'로 표기한 빌딩이 많다. 기독교 계통의 사람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6’을 싫어한다. ‘9’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숫자 ‘1’을 좋아한다. 숫자 중 가장 처음 숫자이고 간단해서 좋다. ‘최고’라는 의미도 있지만, ‘처음’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나’라는 의미도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등산을 할 때 앞에 사람이 있으면 시야도 가리고 걸려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맨 앞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순서를 정할 때 성을 가나다 순으로 하면 ‘강’이므로 대부분 첫 번째 경우가 된다. 무엇을 할 때 이름 때문에 가장 먼저 호명이 되면 이젠 운명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인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2’가 더 좋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일인자’보다는 ‘2인자’가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나’보다는 ‘둘’이 외롭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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