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한국영화의 역사를 쌓아가다
동네 곳곳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겨나면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 영화가 아닌 작품들은 감상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 고전 영화는 방송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래서 옛 영화와 다양한 영화 자료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찾아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쌓아가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그중 한 곳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들어가 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살리는 현장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높이 솟은 방송사 건물 사이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됐던 모든 영화를 수집·복원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유일본이 해외에만 있는 고전 영화는 해외 연구자를 통해 수입한 뒤 훼손되어 상태가 좋지 않은 필름은 수리해서 고화질 영상으로 복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옛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를 자주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365일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지하 1층에 2개관으로 운영하는 영화관 ‘시네마테크KOFA’는 한국 고전 영화에서부터 국내외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까지 상영한다. 일반 상업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영화를 이곳에서만큼은 원 없이 볼 수 있다. 취재 당시 영화 <동주>를 상영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시니어층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영화를 많이 상영해서 그런지 시니어의 발길이 잦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일 좋은 영화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상영 영화가 궁금한 독자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koreafilm.or.kr)에서 날짜와 영화를 확인해보길. 특히 3월에는 삼일절 특집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한국영화박물관’
1층은 ‘한국영화박물관’으로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운영된다. 상설전시관에는 세계 영화 탄생을 시작으로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영화의 역사가 연대별로 정리돼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인물의 자료와 사진, 영화에 쓰인 장비와 소품도 볼 수 있다. 나운규의 사진첩에서부터 196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격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4월 16일까지 한국영화의 거장 유현목 감독을 주제로 ‘유현목: 현실과 영화 사이’라는 전시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유현목 감독의 7주기를 기념하고 그의 영화 세계와 인생, 한국영화사적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1956년 <교차로>로 데뷔한 유현목 감독은 1994년 <말미잘>에 이르기까지 극영화 43편, 실험영화 및 기록영화 3편 등 총 46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2009년 6월 28일 영면했다. 그는 무엇보다 <오발탄>의 감독으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당시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출구 없는 현실을 절망적으로 묘사한 것이 압권이다. 전시관에는 유현목 감독이 사용했던 서재가 재현돼 있으며 살아생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유현목 감독이 손수 쓴 영화 대본과 세트장 스케치, 트로피 등을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영화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영화 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영화 대본, 영화 관련 논문, 영화 도록이 마련돼 있다. 영상물과 영화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영상물 2만6000여 점, 도서 7500여 점이 있다. 도서관도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 갈 여유가 없다면 유튜브나 네이버에서도 한국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 중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작품 400편가량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용 정보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
한국영화박물관 10:00~19:00(휴일 18:00)
영상도서관 10:00~19:00(휴일 18:00)
시네마테크KOPA 12:30~19:30
홈페이지 koreafil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