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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한 달’ 별장 만들기 좋은 도시들①

기사입력 2016-12-22 15:51

‘모라비아의 진주’ 텔츠, 시인 묵객이 즐겨 찾는 곳

이유 없이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곳에는 으레 세계적인 부호나 유명한 배우들이 별장을 짓고 살지만 그 도시가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반 여행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 도시에서 한 달 정도만 살면 별장과 다를 바 없다. 이번 호부터 아름답고 특별한 별장을 꿈꾸는 시니어들을 위해 유럽의 멋진 도시들을 골라 시리즈로 소개한다.

글․사진 이신화( 저자, www.sinhwada.com)

▲탑에서 바라본 '모라비어의 진주' 텔츠의 전경
▲탑에서 바라본 '모라비어의 진주' 텔츠의 전경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소도시

얼마 전 “폴란드에서 사는 것은 어때?”라고 필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지인이 있다. 평생 ‘일이 내 삶의 전부’라며 살아온 그도 ‘딴 나라’에서 살 생각은 가끔 하나보다. 처음에는 “영국이 좋을 것 같아” 했다가 “미얀마, 라오스는 어때?”라며 급선회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폴란드를 묻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아닌 것 같아. 체코의 남모라비아 쪽이 더 나아”라고 답변했더니 귓등으로도 들은 척하지 않던 그가 TV의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야 활짝 웃었다. 술 좋아하는 그는 체코 모라비아 지방의 인심 좋은 포도 축제에 홀딱 반한 것이다.

지인이 당장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어떠리. 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의 질 차이는 엄청나게 크니까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얻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인이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가 결정됐을 때 필자가 나서주면 될 일이다.

지인이 홀딱 반한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에서 추천하고 싶은 도시는 ‘텔츠(Telc)’다. 필자에게 “체코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텔츠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의 느낌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체코의 대표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도 자신의 책 <체코순례>에서 “우리나라에서 텔츠보다 아름다운 광장을 가진 도시는 없다”고 적었다. 체코 관광청도 “텔츠는 예술가들과 몽상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랑스럽고 연약한 분위기를 내는 도시다”라고 소개한다. 텔츠는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매력이 있는 도시다. 특히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대도시 프라하보다 물가가 50% 싼 모라비아 지역

모라비아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텔츠는 프라하에서 150km, 브르노에서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다. 관광객이 90%나 되는 복잡한 대도시 ‘프라하’를 벗어나 모라비아의 가장 큰 도시 ‘브르노’에 도착했을 때 체감하는 것은 ‘물가’다. 과장 없이 50% 정도 물가가 싸다. 쉽게 예를 들면 커피 값이나 와인 한 잔 값이 1유로를 조금 웃돈다.

브르노를 떠나 텔츠 역에 도착해 10여 분 정도 걸어 호르니브라나 문을 들어서면 올드 타운의 자하리야슈(Zacharias) 광장이다. 광장 주변에는 엇비슷한 형태의 건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텔츠는 12세기에 로마네스크 교회의 은신처로 언덕 위(해발 522m)의 늪지에 세워졌다. 처음에는 목조 가옥이었으나 1530년에 큰 화재가 났고 당시의 시장이었던 자하리야슈 폰 노이하우스의 통치 아래 대대적인 재건축에 들어갔다. 가옥들은 르네상스식 석조물로 바뀌었고 타운을 에워싼 성벽과 인공 연못도 요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또 한 번 화재가 일어났는데 그때도 같은 방식으로 재건축을 했다. 시장이 사망한 뒤 이 도시는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덕분에 텔츠는 유서 깊은 마을(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될 수 있었다. 텔츠에는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된 85개의 구조물이 있다.

▲텔츠성 예배당 내부
▲텔츠성 예배당 내부

바로크, 로코코 건물이 길게 이어진 유네스코 도시

광장 옆으로는 긴 회랑처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건축물이 길게 이어져 있다. 한 몸이지만 제각각 모양새와 색깔을 달리한다. 건물의 정면은 바로크, 로코코 양식 등으로 장식되어 있고 분홍색, 하늘색, 노란색, 흰색 등으로 칠해져 있다. 뷔르게하우스(Burgerhaus Nr.15)는 다른 집과 달리 건물에 장식물이 달려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또 한 곳은 미하일 베커 시장의 집인 61호 저택이다. 미하엘 베커는 빵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훗날 텔츠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의 집은 즈그라피토(sgraffi to) 장식으로 1555년에 개축했다. 즈그라피토는 텔츠 성에서 일하던 조각가가 개발한 공법으로 ‘긁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석회 반죽을 이용한 작품이나 도자기 제작에 많이 응용된다. 이외 59호, 520호, 522호 저택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장에는 페스트 종식 기념탑인 성모 마리아의 기둥이 있다. 조각가 다비드 리파트에 의해 1718년에 제작된, 이른바 구름 형식의 바로크 탑. 마리아의 탑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각각 6각형 못이 있다. 13세기에 로마네스크로 건립된 후 15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개조됐다는 성령성당도 있다.

▲마리아 페스트 기념비
▲마리아 페스트 기념비

영화 <바토리> 등 로케이션 현장 ‘텔츠 성’과 종탑

광장 북쪽으로 가면 텔츠 성과 정원이 있다. 고딕 양식의 성은 여느 지역과 달리 소박하다. 14세기, 자하리아슈에 의해 지어진 이 성에서는 즈그라피토 장식의 벽면과 홀 내의 격자무늬 천장,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1945년까지 리히텐슈타인 포드슈타트슈키 백작이 살았던 이 성이 몰수되자 백작 일가는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 현재 성의 예배당에는 자하리아슈와 그의 아내, 여러 성인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때때로 음악회가 개최되는 텔츠 성은 영화 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성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토리(Bathory, 2008)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 뒤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성 야곱성당의 종탑(60m)이 있다. 종탑은 멋진 ‘뷰포인트’다. 종탑에 오르면 바로크 양식의 쌍 탑이 두드러진 건물이 눈길을 끈다. 1651~1669년에 제수이트회가 세운 예수회 성당과 대학으로 텔츠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텔츠의 백미는 올드타운을 양 안으로 감싸 안고 있는 울리츠키와 슈테프니츠키 인공 연못. 도시를 복원하면서 만들어진 ‘물의 요새’는 텔츠를 샛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연못 속으로 유영하는 텔츠의 가옥들을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호수마을
▲호수마을

Travel Data

교통 정보 프라하 플로렌츠 역에서 매일 2회(13:55, 16:15)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총 2시간 40분 소요. 브루노를 기점으로 찾으면 편하다. 브루노에서는 기차와 버스가 운행된다. 버스는 완행버스처럼 여러 마을에 정차하므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여행 포인트 텔츠는 작지만 의외로 즐길 거리가 많아 오래 머물러도 심심하지 않다. 텔츠 성에서는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다양한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정원이나 숲길을 따라 트레킹, 하이킹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산악 바이크, 보트놀이를 할 수 있고 낚시도 가능하다. 골프장도 세 곳(www.siskuvmlyn.cz, www.czgolf.cz, www.czgolf.cz/golf-resort-telc)이나 있다.

기타 정보 메인 광장 주변에 호텔은 물론 펜션 등 숙박업소들이 있다. 직접 만든 수제 와인이 유명하다. 토굴 형태의 와이너리도 방문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주변 여행지 브루노, 올로모우츠를 비롯해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의 여행이 쉽다. 알폰스 뮤샤(Alfons Mucha, 1860~1939)의 개막식에서 만난, 체코 문화원에 있는 미하엘라는 미쿨로브스키를 적극 추천한다. 이곳은 알폰스가 오스트리아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다 발길을 멈춘 도시다. 브루노에서 슬로바키아로 가는 길목에는 포도밭이 많다. 가을 수확 시기에 맞춰 가면 금상첨화다.

텔츠 안내 사이트http://www.telc.eu/, http://www.discoverczech.com/telc/index.ph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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